이재명 대통령, 중국 전승절 참석 놓고 고심(?)

김지성 기자
  • 입력 2025.07.0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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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속 한국 정부…외교적 균형점 모색 중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출처= 연합]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출처= 연합]

중국이 오는 9월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 대회'에 이재명 대통령의 참석 의사를 한국 측에 타진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전승절' 행사에 대한 이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미중 갈등 구도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가늠할 주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 대통령의 중국 9·3 전승절 80주년 기념식 참석 여부에 대해 한중 간 소통을 하는 중"이라며 "다만 외교채널에서 이뤄지는 소통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연합뉴스 등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정부는 최근 여러 계기에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가능성을 외교 채널을 통해 타진했다. 중국은 9월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병식이 포함된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며, 사회주의권 국가뿐 아니라 서방 국가 정상들도 초청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이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과거 사례와 한중관계, 한미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여러 제반 상황을 봐서 검토해야 한다"며 "고려해야 할 게 많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실용외교를 표방하며 한중관계 관리에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격화되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중국의 군사력 과시 행사에 정상이 참석하는 것은 한미동맹을 기초로 하는 한국 외교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2015년 중국의 70주년 전승절 행사 당시 서방 지도자들이 보이콧한 열병식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유주의 진영 정상 중 유일하게 참석해 논란이 일었던 전례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우호적 한중관계를 통해 북핵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끌어내려 했으나, 이후 북한의 핵실험과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한중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여부도 주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의 미중 긴장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주석의 참석 문제가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이 전승절에 참석함으로써 시 주석의 APEC 참석을 견인할 경우, 방중에 대한 외교적 명분이 강화되고 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한중 양국은 APEC을 매개 삼아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공감을 토대로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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