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대로 IMO 환경규제 멀어져 "해운사는 반기고 있다"
한·미 조선 협력 신중론 제기 "반도체 공장과 같은 결과 우려"
![지난 21일 부산 해운대구 소재 시그니엘 부산 호텔에서 열린 'TradeWinds Global Shipbuilding Forum 2025' [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3029_700655_248.jpg)
부산에 모인 조선·해운업계 관계자들이 향후 시장 전망의 최대 리스크로 불확실성을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제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등 다양하고 복잡한 불확실성 속에서 글로벌 조선사와 해운사는 생존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부산 해운대구 소재 시그니엘 부산 호텔에서 열린 'TradeWinds Global Shipbuilding Forum 2025'에 참석한 국내외 조선·해운 관계자들은 IMO의 환경규제 지연에 대해 불확실성이 더 길어졌다고 지적했다.
IMO는 지난주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Maritime Environment Protection Committee) 임시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넷제로 프레임워크(NFZ, Net Zero Framework)'를 규정하는 마르폴(MARPOL) 조약 부속서 VI 개정안을 채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정안 채택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일부 회원국이 1년 연기하자는 투표를 제안함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NFZ를 '글로벌 탄소세'라고 지칭하며 이를 지지하는 국가에 대해 선원 비자 제한, 항만료 추가 부가, 관계자 제재까지 거론했다.
결국 미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파나마, 사우디 등 57개국이 개정안 채택을 1년 연기하는데 투표함으로써 MEPC 임시회의는 채택 협의도 못하고 종료됐다.
해운사들은 이번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ASG(Arrow Shipboking Group)의 이아니스 쿠폴리타키스(Yiannis Koufalitakis) 조선 담당 디렉터는 "선주들은 생각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NFZ 연기된 것을 좋아하고 있다"고 밝혔고 최철 한국선급 상무도 "많은 그리스 선주들은 최대한 연기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해운업계의 규제 관련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됐다. 업계는 IMO의 환경규제가 언젠가는 이뤄지겠지만 언제가 될지 불확실하다는 점은 리스크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3년 이상 남아 있는 상황이다.
'마스가(MASGA, 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로 대변되는 한·미 조선업 협력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서는 한국 조선업계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재건이 이뤄진 이후 미국의 행동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단기적으로 한국으로부터 신조선박을 인도받고 유지보수(MRO) 서비스를 제공받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조선소가 자체적으로 이를 이뤄낼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배학영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는 "미·중 경쟁구도로 한국이 미국의 노후된 조선소를 재건하고 조선 관련 역량을 지원하는 것은 피할 수 없으나 미국 조선소를 재건해주고 나면 미국은 이전까지 제공했던 인센티브를 모두 없애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공장과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전략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은 글로벌 해사 전문지인 트레이드윈즈가 주관하고 한국선급이 메인 스폰서로 나섰다. 설립 이후 한국에서 처음 포럼을 개최한 트레이드윈즈는 내년 가을 서울에서 두번째 포럼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