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오클랜드 항구에 정박한 Ever Most 화물선에 컨테이너가 줄지어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2597_700168_2928.jpg)
전 세계 해운업의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역사적인 국제 합의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10년간 이어진 협상의 결실이 정치적 압력에 좌초되면서 해운업계의 탈탄소 전환 계획은 다시 불확실성에 빠졌다.
17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100여 개국은 4월 런던 회의에서 국제해사기구(IMO)가 추진한 해운 탄소감축 협정에 잠정 합의했으며 이번 주에는 이를 최종 승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가 회담을 1년 연기하자는 안건을 제출했고 미국이 이를 지지하면서 표결 결과 협정이 부결됐다.
IMO 의장은 "회의 연기안이 통과되면 협정의 핵심 일정이 수정돼 승인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해당 안건은 단 몇 표 차이로 가결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협정을 '그린 스캠(Green Scam·녹색 사기극)'으로 규정하고 협정에 찬성하는 국가들에 대해 관세 부과를 경고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미국은 해운에 대한 글로벌 그린 뉴딜 세금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올리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승리"라고 강조했다.
영국과 대부분의 EU 회원국은 협상 지속을 지지했지만 그리스 등 일부 국가는 EU 공동 입장에 반해 기권했다. 중국은 4월에는 찬성했으나 이번에는 입장을 바꿔 연기안을 지지했다.
또한 미국과의 무역 의존도가 높은 바하마, 앤티가바부다 등 소규모 섬나라들도 미국의 압력에 따라 입장을 변경하거나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아르세니오 도밍게스는 "정치적 압박이 이번처럼 협상을 무산시키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해운업계도 이번 결정을 실망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제해운회의소(ICS)의 토마스 카자코스 사무총장은 "회원국들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매우 아쉽다"며 "산업계는 투자 결정을 내리기 위해 명확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협정은 해운업이 세계 최초로 '국제적으로 의무화된 탄소감축 목표'를 도입하는 역사적인 계획이었다. 협정에 따르면 2028년부터 선주들은 점점 더 청정한 연료를 사용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이 부과될 예정이었다.
현재 해운업은 전 세계 탄소배출의 약 3%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교역량 증가에 따라 배출량도 증가하고 있다. IMO는 아무런 조치가 없을 경우 2050년까지 해운 배출량이 최대 150%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해왔다.
환경 NGO '오퍼튜니티 그린(Opportunity Green)'의 블라네이드 시런 정책 담당관은 "이번 지연으로 인해 협정문 수정이 불가피해졌고, 그동안의 수년간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번 협정 무산으로 2028년을 목표로 한 해운 탈탄소 규제 일정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국제사회의 해운 탄소감축 논의는 내년으로 미뤄졌으며 다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새로운 정치적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