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70% 장악한 중국 조선, 시장 지배 강화한다

조재범 기자
  • 입력 2024.11.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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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경쟁력에 선종다양화 추진하며 가스선 시장도 30% 이상 점유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LNG선 [제공=후동중화조선]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LNG선 [제공=후동중화조선]

하반기 들어 중국의 글로벌 조선시장 지배력이 더 확대되고 있다. 9월말 기준 중국 조선업계의 선박 수주비중은 CGT 기준 70%에 육박했다. 반면 한국 조선업계는 20%선까지 무너지면서 가스선을 제외한 모든 선종에서 중국에 밀리는 모습이다. 

2008년 글로벌 호황기 당시 수주량의 절반을 벌크선으로 채웠던 중국은 유조선, 컨테이너선에 이어 가스선 시장에서도 글로벌 비중이 30%를 넘어가며 선종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2010년대 극심한 불황으로 용접소리가 사라졌던 설비들을 재가동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9월 1552억달러 발주…중국 수주금액 1000억달러 넘어서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총 1552억달러 규모의 선박 1733척(4980만CGT)이 발주됐다. 

올해 3분기까지 발주량은 CGT 기준 이미 지난해 연간 발주량(4820만CGT)을 돌파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선종별로 살펴보면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석유제품선, LNG선, 컨테이너선의 올해 1~9월 발주량이 이미 지난해 연간 발주량을 넘어섰다. 

발주 호조 속에 클락슨이 발표하는 신조선가지수도 190까지 오르며 정점을 기록했던 2008년 9월(191.6) 수준에 더욱 근접했다. 선종별 신조선가도 지난해 말 2억6500만달러까지 올랐던 17만4000㎥급 LNG선 가격(2억6150만달러)만 소폭 하락했을 뿐 이를 제외한 모든 선종에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됐다. 

선박 발주가 이어지면서 발주 후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도 2.9년으로 과거 5년 평균(2.3년) 대비 더 길어졌다. 견조한 시황과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선박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고 선사들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2027년 납기라도 잡기 위해 경쟁적인 발주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낡은 노후선 한 척이 아쉬운 것이 현재의 글로벌 해운시장이다. 이는 선박 폐선이 급감한 것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폐선된 선박은 207척(680만DWT)이며 연말까지 총 910만DWT 규모의 선박이 폐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2~2023년보다 적고 사상 최저를 기록했던 2007년(610만DWT)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글로벌 선단 대비 폐선된 선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0.4%로 2007년(0.6%)보다 낮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수명이 다했다고 인식되는 노후선도 운영할 경우 폐선을 통해 얻는 수익보다 더 크기 때문에 선사들이 폐선 대신 항로에 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환경규제 강화로 인해 내년 이후부터는 이에 대비하기 위한 폐선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지속되는 발주와 이에 따른 선박가격 상승세로 인해 올해 연말까지 선박 발주에 투자되는 자금은 2008년(1640억달러)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향후 3년치 이상의 충분한 일감을 확보한 글로벌 주요 조선소들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선사 위주로 선별수주에 나서고 있어 선박가격 상승세도 여전하다.

"2024년은 중국에 기념비적인 해" 가스선 시장 약진 두드러져

특히 중국 조선업계의 약진은 올해 들어 기념비적이라고 할 만큼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중국은 올해 1~9월 1010억달러 규모의 선박 1222척을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4분기가 남은 시점에서 수주금액은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글로벌 시장의 65.1%를 차지했다. CGT 기준으로는 3470만CGT로 글로벌 시장의 69.7%로 70%에 육박한다. 총 1733척의 선박 중 중국 아닌 다른 국가의 조선소에 발주된 선박은 511척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한국 조선업계는 285억달러 규모의 선박 201척(870만CGT)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수주금액으로는 글로벌 시장의 18.4%, CGT 기준으로는 17.5%로 둘 다 20%를 밑돌았다. 일본은 56억달러(132척, 220만CGT)로 3위를 유지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자릿수를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중국이 글로벌 시장을 70% 가까이 장악할 수 있었던 비결로 한국 대비 낮은 가격에 더해 적극적인 선종다양화를 들었다. 

사상 최대 호황기였던 2008년 10월 중국은 수주잔량의 약 절반(CGT 기준)을 벌크선으로 채웠다. 하지만 최근 수주잔량(8340만CGT)에서 벌크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21%로 줄었고 컨테이너선, 유조선, 가스선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컨테이너선과 가스선은 4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수주잔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2008년 10월(23%)보다 3배 높아졌다. 올해 들어서는 글로벌 컨테이너선 발주량의 90% 이상을 수주할 만큼 이젠 컨테이너선도 중국의 주력 선종으로 자리잡았다. 

가스선 시장에서도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가스선 수주잔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4년전(14%)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2008년 10월 중국이 차지했던 가스선 비중이 1%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성장세는 모든 선종 중 가장 두드러진다. 

클락슨은 중국의 수주잔량이 초호황기였던 2008년 10월보다 9% 더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글로벌 발주잔량은 2020년말 대비 86% 급증한 1억5100만CGT에 달하고 있으나 이는 여전히 2008년 10월에 비하면 34% 적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가 늘어나면서 중국은 과거 경기침체 여파로 중단됐던 생산설비를 재가동하거나 새로운 도크를 늘리고 있다"며 "STX다롄을 인수해 새출발한 헝리조선소는 수주잔량 기준 글로벌 14위까지 오르며 11위인 HD현대미포까지 위협하는 조선소로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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