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선박 발주 2040억달러…3대 선종이 호황 이끌어

조재범 기자
  • 입력 2025.02.0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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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선·가스선 이어 유조선 발주 크게 늘어

중국 후동중화 조선소 전경(제공=CSSC)
중국 후동중화 조선소 전경(제공=CSSC)

컨테이너선, 가스선에 이어 유조선 발주도 크게 늘어나면서 지난해 글로벌 조선시장은 2008년 이후 17년만에 호황기를 맞이했다. 선박 발주가 증가하면서 글로벌 선단에서 발주잔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15%까지 높아졌다. 주요 조선소들이 3년치 이상의 일감을 채운 가운데 노후선 교체 수요가 크지 않은 이상 올해는 발주 움직임이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2040억달러 규모의 선박 2412척(6581만CGT)이 발주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발주량은 17년만에 최대이자 클락슨이 통계를 시작한 이후 세번째로 많았다.

선종별로 살펴보면 컨테이너선이 440만TEU 발주됐으며 가스선은 2590만㎥, 유조선은 5390만DWT가 발주됐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홍해사태로 수에즈운하를 이용하지 못하고 남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가야 하면서 선박 부족 문제가 불거졌고 이는 운임시장을 지지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환경규제 강화로 선사들이 친환경 선단으로 개편하기 위한 발주 수요도 선박 시장에 긍정적이었다.

컨테이너선 발주에는 380억달러 이상이 투자됐으며 이 중 72%는 정기 노선을 운영하는 컨테이너선사들에 의해 이뤄졌다. 상위 20개 선사 중 9개 선사는 1만2000TEU급 이상의 대형 선박 위주로 발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 때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자 하는 '덩치싸움'으로 인해 2만TEU급 이상의 극초대형 선박 발주가 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1만5000TEU 근처의 선박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다"며 "미국 주요 항만들의 크레인을 비롯한 설비가 극초대형 선박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스선 시장에서는 LNG선이 77척, 초대형가스운반선(VLGC)이 78척 발주됐다. VLGC에는 암모니아운반선, 에탄운반선 등이 포함됐다. 한국 조선업계는 LNG-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 포함 49척의 LNG선을 수주하며 글로벌 LNG선 시장 강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유조선 시장은 원유운반선 444척, 석유제품운반선 253척 등 총 697척이 발주되며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DWT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크루즈선이 10척 발주된 것도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조선업계에 긍정적인 소식으로 다가왔다.

LNG선 50% 등 발주잔량 비중 높아지며 시황 부담 우려도

선박 발주가 호조를 보이면서 글로벌 선단 대비 발주잔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더 높아졌다. 글로벌 발주잔량은 3억6450만DWT로 글로벌 선단 15%에 육박했다. 2008년 52%(6억2880만DWT)까지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할 수 있으나 일부 선종에는 향후 시황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NG선 발주잔량은 351척(3270만DWT)으로 전체 선단의 50%에 달했고 컨테이너선은 27%(779척, 9150만DWT), 자동차운반선은 38%(211척, 460만DWT)를 점유하고 있다.

클락슨은 보고서에서 "장기용선 계약 만료에 따른 선단교체 수요가 매우 강하게 발생하지 않는 이상 올해 선박 발주는 지난해보다 다소 주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1년부터 선박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조선소들의 생산량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글로벌 조선소가 인도한 선박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18% 증가했으며 한국도 22% 늘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인도량은 53%, 한국은 28%로 집계됐다.

한국과 중국의 인도량이 증가한 반면 일본은 전년대비 3% 감소하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의 인도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12%로 한국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아네 머스크호‘(제공=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아네 머스크호‘(제공=HD현대중공업)

일감 급증에 멈춰선 조선소도 재가동…사우디·인도 조선업 추진 '눈길'

지난해 글로벌 발주량의 3분의 2를 수주한 중국이 설비확장을 적극 추진하는 것도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의 설비확장은 신규투자가 아닌 기존 설비의 활용에 방점을 두고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수주절벽'으로 수년간 침체기를 겪으면서 상당수의 중국 조선소들이 가동을 멈췄는데 이와 같은 생산설비의 재가동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지역에서 규모는 크지 않으나 조선업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변화로 꼽힌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항구도시인 주베일 인근에 IMI(International Maritime Industries)를 설립했다. HD현대중공업이 20%의 지분을 투자한 IMI는 3개의 도크와 4개의 골리앗 크레인, 7개의 안벽을 갖췄다.

설비 규모로 보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빅3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수준이나 확보한 부지는 496만㎡로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보다 30만㎡ 더 크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19년 IMI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관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도면과 설계 지원, 기술컨설팅 등 설계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 조선업계가 외국 기업으로부터 선박 건조에 대해 로열티를 받는 것은 HD현대중공업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 뿐 아니라 중동 다수의 국가들이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청년층의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 자국 조선업 육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인구대국인 인도 역시 노동집약형 산업인 조선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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