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관망세 돌아선 선사들…발주 64% 급감

조재범 기자
  • 입력 2025.04.0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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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입항 중국산 선박 수수료 부과 방침에 우려 높아져

[출처=EBN AI 그래픽]
[출처=EBN AI 그래픽]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선사들의 발주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로 한국 조선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제기되고 있으나 글로벌 조선 시장은 올해 들어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 세계적으로 발주된 선박은 123척(750만DWT·380만CGT)을 기록했다. 선종별로는 컨테이너선이 35척으로 가장 많았으며 유조선(25척), LNG선(11척), 벌크선(10척)이 뒤를 이었다. 이 중 전통적인 화석연료와 함께 LNG 등 대체연료를 를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선박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68척으로 집계됐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44만TEU가 발주돼 최근 10년 평균 발주량보다 34% 늘었다. 하지만 유조선은 DWT 기준 전년동기 대비 90% 급감했으며 가스운반선도 CBM 기준으로 83% 줄었다. 가스운반선 중 LNG 벙커링 선박은 14만CBM 규모의 선박 8척이 발주되며 활기를 보였다. 올해 들어 2개월 간 발주된 LNG 벙커링 선박의 규모는 지난해 전체 발주량의 49%에 달한다. 한국 조선업계는 HD현대미포가 4척, HJ중공업 1척 등 LNG 벙커링 선박 시장에서 5척을 수주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LNG가 대세를 이어가고 있다. GT 기준 올해 1~2월 발주된 친환경 선박의 75%가 대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선박이며 LNG를 사용할 수 있는 선박은 67%를 차지했다. 아직 2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LNG 연료가 차지한 비중이 4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메탄올 추진 선박 발주는 올해 4%에 그쳤다.

특히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거의 모든 선사들은 LNG를 대체연료로 선택하고 있다. 지난해 64%의 컨테이너선이 LNG를 대체연료로 사용할 수 있었으나 올해는 그 비중이 94%까지 상승했다.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지만 선박 발주량은 주춤하는 모습이다. DWT 기준으로는 최근 5년 평균 대비 64%, CGT 기준으로는 55% 감소했다. 123척의 선박 발주에 투자된 금액도 138억달러로 38% 줄어들었다. 선종별로 살펴보면 컨테이너선 발주에 53억달러가 투자됐으며 크루즈선 시장에서는 초대형 선박 3척 발주에 30억달러가 투자됐다.

발주 감소는 선박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2023년 2억6500만달러까지 올랐던 17만4000㎥ LNG선 가격은 2억5600만달러로 900만달러 떨어졌으며 32만DWT급 초대형원유운반선(1억2600만달러)도 지난해보다 300만달러 하락했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2만3000TEU급(2억7500만달러)은 지난해와 동일했으나 1만5500TEU급(2억250만달러)과 1만750TEU급(1억5400만달러)은 하락세를 보였다. 벌크선 시장에서는 뉴캐슬막스와 케이프사이즈가 각각 100만달러씩 떨어졌다.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NBPI, Newbuilding Price Index)도 1년간 4% 떨어졌으나 최근 5년간 평균보다는 19%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보다 올해 선박 발주량이 둔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해왔다. 지난해의 경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이어 후티 반군이 홍해 일대에서 상선을 공격함에 따라 수에즈운하가 막힌 것이 선박 발주로 이어졌다. 이와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점차 완화되고 수에즈운하도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선박 수요는 그만큼 둔화된다.

미국 롱비치항만[출처=롱비치항만 홈페이지]
미국 롱비치항만[출처=롱비치항만 홈페이지]

미국 업계도 '수수료 100만달러' 발표에 반발 목소리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도 선박 발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 해운사, 중국산 선박으로 미국에 입항하는 해운사에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불확실성으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제재안에는 중국 운영 선박에 최대 100만달러를,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에는 최대 150만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중국에 주문한 선박이 있는 운영자에게도 최대 100만달러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글로벌 조선·해운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와 같은 수수료 부과 방침을 밝혔으나 당장 미국 내에서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나단 골드 전미소매업연맹 부사장은 USTR의 수수료 부과 방침은 전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업계에선 관세보다 더 큰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상품의 가격이 비싸지는데다 물류 허브가 캐나다, 멕시코로 옮겨지고 미국 주요 항구는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드 부사장은 "수수료 부과가 이뤄질 경우 해운사들은 이 비용을 전가할 뿐 아니라 특정 항로에서 철수하게 될 것"이라며 "오클랜드를 비롯해 찰스턴, 델라웨어, 필라델피아 등 소규모 항구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사들은 미국의 이와 같은 수수료 부과 방침이 현실로 이어질 것인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수수료 부과 여부에 따라 기존 운영하는 선박의 항로를 바꿔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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