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제공=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제공=삼성중공업)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선별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선종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깊다. 이에 친환경 선박과 스마트 자율운항 등 미래 선박 기술 분야에 있어 '초격차' 전략이 강조되고 있다. 

29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조선 수주량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6581만CGT(2412척)를 기록했다.

이 중 한국은 1098만CGT(250척)를 수주하며 1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반면 중국은 4645만CGT(1711척)를 수주해 70%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의 수주 점유율이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중국은 2019년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조선업계에 심각한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선종을 중심으로 한 선별수주 전략으로 '슈퍼 사이클'에 안착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점유율 하락은 장기적으로 업계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대형 컨테이너선과 대형 탱커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 상승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선종은 그동안 한국 조선사들이 절대적 우위를 점해왔던 분야다.

탱커 시장의 경우, 2022년 이후 중국에 의한 점유율 역전이 본격화됐으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시장에서는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지난 2023년 '제로'로 떨어졌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대형 탱커 등의 수주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생산력을 안정화하고 품질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내국인 기능인력 양성과 친환경, 스마트화 등 기술개발에 투자 확대를 통해 경쟁력 제고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국내 조선업계는 친환경, 스마트화 등 선박시장의 혁신 요구에 대응하는 초격차 전략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 강화 기조에 따라 친환경 선박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클락슨리서치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발주된 선박 2159척 중 대체연료 사용이 가능한 선박은 698척으로, 2023년(540척)보다 증가했다. 이는 전체 발주량의 49%를 차지하는 수치다.

한국 조선업계는 대체연료 추진 선박의 세계 최초 수주와 건조 기록을 이어가며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HD현대미포는 지난해 12월 4만6000㎥급 암모니아 추진 LPG운반선 건조를 위한 강재절단에 착수했다.

자율운항 등 스마트십 분야에서도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완전자율운항 기능이 탑재된 연구선박 '시프트 오토(SHIFT-Auto)'의 출항식을 갖고 실증연구에 돌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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