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균 HD현대중공업 사장 [제공=HD현대중공업]
이상균 HD현대중공업 사장 [제공=HD현대중공업]

이상균 HD현대중공업 사장이 선박 엔진 수출로 새지평을 연다. 중국의 점유율 확장과 시장 장악이 거세지고 있어 우리 조선업계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이 중국 조선사들에 선박엔진 공급을 늘리고 있어 주목된다.

이 사장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기술우위 확보를 강조해왔다. 올해 그는 엔진기계 분야에서 보다 공격적인 수주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친환경 선박엔진을 필두로 중국 수출 확대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선박엔진 제조업체인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엔진기계 사업에서 28억2600만달러를 수주목표로 설정했다. 지난해 대비 20% 이상 높인 수치다.

이상균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올해 조선 시황은 전반적으로 양호하겠지만, 중국과 무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 혁신에 힘써야 한다”면서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40년 이상 조선산업 외길을 걸어온 업계 전문가다. 1983년 현대중공업 입사 후 생산현장에서 잔뼈가 굵고 현장친화적인 인물로, 직원들과 격의없이 소통하며 특유의 따뜻한 성품과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리더로 평가된다.

현대중공업에서 생산관리 업무를 오랜 기간 담당했고 2018년 현대삼호중공업(현 HD현대삼호)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2020년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사업 대표로 복귀했고 이후 2021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같은 시기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정기선 수석부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이 올해 엔진사업에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는 중국 내 친환경 선박엔진 수요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중국 조선사는 지난 수년간 설비능력 확장하고 있다.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적극적인 영업으로 글로벌 발주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늘려왔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누계 수주 6581만CGT 가운데 중국은 4645만CGT를 따내 70%의 점유율로 올라섰다.

세계 최초의 고압 직분사 방식 힘센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 [제공=HD현대중공업]
세계 최초의 고압 직분사 방식 힘센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 [제공=HD현대중공업]

주목할 점은 중국이 친환경 선박을 포함해 글로벌 선박 수주를 늘리고 있는 것에 반해 선박용 엔진산업은 높은 기술격차를 보이며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중국의 선박 수주물량이 늘면서 지속적으로 엔진분야 수입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중국의 한국산 선박용 엔진 수입액은 5억95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선박용 엔진 부품 수입도 50% 이상 늘었다.

중국 조선사는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엔진 기술 및 생산 능력의 한계로 인해 국내 엔진 및 부품사들에 대한 수입 의존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양쯔장조선, 중국선박그룹(CSSC) 등 중국 조선사들로부터 선박 엔진을 수주했다. 회사는 중국의 친환경 엔진 적용 비율 증가에 따라 민영 조선소를 상대로 정기적 기술설명회를 마련하는 등 관련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HD현대중공업은 액화천연가스(LNG) 뿐만 아니라 메탄올, 암모니아 등의 차세대 친환경 선박연료 추진엔진 사업에 대한 기술 투자를 강화하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상 기존 디젤 엔진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이중연료(DF) 엔진은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지난 2022년 회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메탄올 이중연료 엔진(H32DF-LF)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지난해 10월에는 무탄소 연료인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H22CDF-LA)에 대한 7개국 선급의 형식승인을 완료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선박 건조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덩달아 엔진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특히 친환경 엔진 분야의 선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이중연료 엔진 수요에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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