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 강화 영향 대체연료 추진 선박 비중 절반 달해

지난해 글로벌 조선 시장은 강한 수요에 힘입어 기념비적인 해를 보냈다. 선박 발주량은 2007년 이후 가장 많았는데 컨테이너선과 대체연료 사용 가능한 친환경 선박이 시장을 주도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Clakrson)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발주된 선박은 2159척(6030만CGT, 1억5210만DWT)로 집계됐다. 12월이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지난해 발주량은 CGT와 DWT 기준 모두 최근 5년간 평균보다 50% 이상 늘어나며 강세를 보였다.
컨테이너선과 대체연료 추진선박 발주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컨테이너선은 390만TEU 규모의 선박 343척(4290만DWT)이 발주됐는데 이는 2021년(5090만DWT) 이후 사상 두번째로 많은 수치다.
LNG, 메탄올 등 대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선박의 발주도 크게 늘었다. 대체연료 추진 선박은 700척에 근접한 698척(5820만GT)이 발주됐는데 이는 GT 기준 전체 발주량의 49%에 달한다.
벌크선 발주 줄고 컨테이너선·가스선·유조선 늘어
다양한 선종에 걸쳐 발주가 이뤄졌다는 점도 글로벌 황금기였던 2007년과 대비되고 있다. 2007년의 경우 벌크선이 CGT 기준 전체 발주량의 약 40%를 점유한 반면 2024년은 컨테이너선(28%)과 유조선(24%) 발주 비중이 높았다.
유조선 발주량이 5000만DWT를 넘어선 것은 2020년대 들어 처음이며 LPG선도 600만DWT를 돌파했다. LNG선은 840만DWT로 강세를 보였던 2022년(1710만DWT)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나 2021년(680만DWT), 2023년(620만DWT)보다 많은 발주가 이뤄졌다. LNG선의 경우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의 대규모 선박 발주 프로그램이 종료됨에 따라 2022년과 같은 강세장을 기대하긴 어려우나 환경규제와 함께 지정학적 요인이 겹치면서 앞으로도 일정 수준의 수요는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벌크선의 경우 지난해 11개월간 3880만DWT(474척) 발주에 그치며 2023년(5260만DWT, 693척)보다 발주량이 감소했다. 벌크선 발주는 2020년(2490만DWT)과 2022년(3700만DWT) 발주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반면 2021년(5170만DWT)과 2023년에는 연간 5000만DWT 이상의 발주가 이뤄졌다.
클락슨은 보고서에서 "견고한 시장과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선단 개편 노력, 다른 선사보다 이른 선표를 확보하기 위한 선사간 경쟁 등이 선박 발주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급성장한 중국, 수주금액 1200억달러 넘어서
국가별 수주량을 살펴보면 중국이 1214억달러 규모의 선박 1518척(1억1590만DWT)을 수주하며 조선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척수 기준으로는 2023년(1470척, 714억달러, 8260만DWT)보다 48척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수주금액과 DWT 기준으로는 각각 1000억달러와 1억DWT를 돌파하며 수주금액 기준 글로벌 발주량(1885억달러)의 64.4%를 휩쓸었다.
한국은 358억달러(248척)를 수주하며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선박을 수주했으나 중국과의 격차는 큰 폭으로 확대됐다. 핀칸티에리 등 크루즈선 전문 조선소가 위치한 이탈리아는 12억달러(18척)를 수주하며 7억달러(164척)에 그친 일본을 제치고 3위에 이름을 올렸다.
CGT 기준으로 살펴보면 중국의 성장세는 다른 국가들과 확연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개월간 중국이 수주한 선박은 4180만CGT를 기록했는데 이는 '수주절벽'으로 불렸던 2016년 이후 가장 많은 실적이다. 2016년부터 2023년(2900만CGT)까지 연간 수주량이 3000만CGT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4년은 중국 조선업에서도 기념비적인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수주량은 1090만DWT로 2023년(1010만DWT)보다 소폭 늘었으나 2021년(1840만CGT), 2022년(1660만CGT)보다는 적은 규모다.
일본은 280만CGT 수주에 그치면서 2016년(230만CGT) 이후 가장 적은 실적을 기록했다. 직전 3년간 600만CGT 안팎의 수주행보를 지속했던 일본은 가스선과 같은 고부가가치선 시장에서는 한국에, 벌크선을 비롯한 상선 시장에서는 중국에 밀리며 조선산업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수주금액 기준 일본을 제치고 3위에 오른 이탈리아는 CGT 기준으로도 200만CGT를 수주하며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