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 대응, 선사·화주 함께 고민해야"

신주식 기자
  • 입력 2025.01.0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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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링제도 검토 등 정부와 함께 상생방안 모색

이철중 한국해운협회 상무(한국해운협회)
이철중 한국해운협회 상무(한국해운협회)

"대형 선사들은 환경규제에 대응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형 선사들은 재정적·기술적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협회는 다양한 지원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풀링제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입니다."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해 국내 선사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힌 이철중 한국해운협회 상무는 특히 풀링제도 방향성에 주목했다.

풀링(Pooling)제도란 다양한 선사의 선박들을 하나의 풀(Pool)로 묶어 관리한다는 뜻으로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선사들의 방법 중 하나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형 선사의 친환경 선박 한 척을 기존 화석연료로 운항되는 중소형 선사들의 선박 여러 척과 묶어 하나의 풀을 구성한다면 환경규제 대응 여력이 없는 중소형 선사들이 기존 선박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친환경 선박의 탄소감축분을 풀에 참여하는 다른 선사들이 패널티와 유사한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며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식이다.

'DNV MARITIME FORECAST 2050'과 KMC(한국해사협력센터)의 계산 결과에 따르면 그린메탄올 추진선 1척(VLSFO 10% 사용)을 풀링할 경우 2030년까지 약 55척은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근거로 하면 현재 1100척 수준인 국적선의 온실가스 풀링 및 규제준수를 위해서는 20척의 메탄올 추진선이 필요하다. 연간 기준으로 할 경우 메탄올 추진선 한 척이 3만7000톤의 메탄올을 사용해 선박을 운항하는 사이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은 척당 2만톤의 벙커유를 사용하며 선박 운항을 지속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는 선박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EU에서는 선박이 아닌 단일 풀에 대해서도 환경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풀의 기준은 내년 4월 열리는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회의를 전후로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체연료 불가능한 중소형선, 연비개선으로 규제 돌파해야

향후 환경규제가 강화되면 풀링 제도의 실효성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탄소 감축 목표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친환경 선박을 풀에 포함해야 하고 일정 한도를 넘어서면 풀링 제도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환경 전환 초기단계에서 중소선사들이 벌금을 납부하는 대신 선도 선사의 친환경 선박 건조비용과 미래 연료 비용을 분담한다면 선도 선사의 초기 부담을 덜어주고 중소선사는 규제 대응을 위한 실질적인 선택지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상호 협력함으로써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중소선사에서 친환경 선박을 발주하거나 개조를 원한다고 해도 연근해나 아시아 지역을 운항하는 중소형 선박은 현실적으로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들 대체연료는 화석연료 대비 연료비가 비싸고 낮은 에너지밀도로 인해 더 큰 연료탱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만큼 화물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LNG 추진 컨테이너선 발주에 대한 논의가 한창일 때 한 유럽 선주는 "8,000TEU급 컨테이너선에 LNG 연료탱크를 추가로 설치하게 되면 컨테이너를 최소 500개는 줄여야 한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철중 상무는 "자원 투입의 어려움 뿐 아니라 에너지 밀도가 낮아 더 큰 연료탱크가 요구되고 연비가 낮아지는 미래연료의 특성으로 인해 중소형 선박들은 물리적으로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해운업계의 경우 HMM, 팬오션 정도가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을 뿐 다른 중소형 선사들은 사실상 이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운협회는 친환경 기술에 대한 정보 공유와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중소형 선사들이 최신 환경규제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친환경 전환에 대한 문제점은 특히 규제의 불확실성에 기인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소선사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친환경규제의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또한 중소형 선사들이 단독으로 대체연료 전환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어려운 만큼 대형 선사와의 협력모델 구축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친환경 선박 도입과 대체연료 활용 촉진을 위한 정부와의 협력도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친환경 선박 건조를 위한 보조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해운협회는 선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술 컨설팅 및 친환경 선박 공동발주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중소형 선박이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탄소집약도지수(CII) 등급 개선 컨설팅을 제공하거나 국제 규제 동향을 분석해 적시에 선사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도 진행 중이며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소형 선박을 운영하는 선사들이 대체연료 추진 선박을 발주할 수 없다면 연비를 향상시키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효율 좋은 최신 ME 엔진을 탑재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최적항로 설정, 선체 저항을 줄이는 선형 설계와 관련 기술 적용 등 연비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철중 상무는 "현재 많은 선사들이 이와 같은 연비향상 기술을 적극 검토하고 도입 중이다"라고 말했다.

"규제대응 위한 교육 필수"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다양한 대체연료와 연비향상 기술이 선박에 적용되면서 선박을 운영하는 인력들에 대한 교육 필요성도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해운업계의 인력 교육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해운협회는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협회는 선사들의 수요를 면밀히 파악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발굴하고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IMO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개설된 'IMO 중기조치 대응 교육'은 온실가스 중기조치 논의 현황과 시사점, EU 환경규제 동향과 과제, IMO 환경규제 의사결정 절차 등을 포함해 글로벌 규제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실무 적용 방안을 다뤘다.

'해운물류업계 AI 강화 교육'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다. 이 교육은 AI 기술의 해운 분야 적용 사례와 실습 중심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한국해양진흥공사, 한국선급과 함께 실시하고 있는 'ESG 전략설계 실무교육'은 ESG 경영의 최신 동향과 성과관리체계 수립방안을 다루며 ESG 관점에서의 지속가능경영 기반을 수립해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철중 상무는 해운업계의 노력과 함께 화주의 상생 필요성도 강조했다. 친환경 선박은 기존 선박보다 건조와 운영에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하며 이는 운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애플,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제품 생산과정 뿐 아니라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적인 탄소배출까지 관리하며 친환경 선박으로만 제품을 운송하겠다는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화주들은 운송과정에서의 탄소배출 감축 노력이 운임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글로벌 화물 운송의 99.7%를 선박이 담당하는 만큼 탄소감축 비용은 제품 생산과 소비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

이철중 상무는 "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화주들의 협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며,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분담할 수 있는 방안, 예를 들어 비용 분담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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