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블레싱호 [제공=HMM]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블레싱호 [제공=HMM]

HMM이 3조 이상의 영업이익을 찍은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4분기까지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호실적을 내놨기 때문이다. 다만 커진 몸집 탓에 재매각은 갈피를 잃고 있다. 회사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도 지연되면서 주가 역시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9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조21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450% 증가한 수치다. 연간 매출도 2년 만에 10조원을 돌파할 전망.

4분기 영업이익은 7233억원으로 관측된다. 앞서 3분기에 코로나 팬데믹 시기 이후 처음으로 조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한데 이어 계절적인 비수기에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 운임상황과 고환율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당초 컨테이너 운임은 신조선 투입과 경기 둔화 우려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작년 12월 초부터 운임이 재차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동부 항만 파업 가능성, 미국의 수입품 관세 부과 이전 선제적 화물 수송, 미국 경기 호조, 얼라이언스 변화 등이 맞물려 운임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연이은 어닝 서프라이즈로 높아진 기업가치가 되려 재매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HMM의 시가총액은 약 17조원에 육박하고 현금성 자산규모만 14조원이 넘는다. 커져버린 덩치에 원매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

지난해 매각 당시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림그룹의 인수 희망가는 6조4000억원. 당시보다 시총만 3조원 가량 높아지고, 최대주주 등의 지분도 뛴만큼 HMM의 재매각 몸값을 8조원 수준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산은과 해진공의 보유 지분도 매각에 있어 부담이다. 최대주주 KDB산업은행과 2대 주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보유지분은 영구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으로 올 4월 72%까지 솟게 된다. 재매각을 위해서는 최대주주측 지분을 축소하고 경영 참여의 틈을 줄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HMM의 밸류업 가동은 시장의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관련 컨설팅과 논의가 개시된 이후 연말까지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었으나 해를 넘겼다. HMM은 한국거래소의 KRX코리아 밸류업지수에 포함돼 있다.

시장에서는 HMM이 산은 보유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이는 산은의 건전성 지표 개선과 재매각 추진의 연장선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탄핵 정국 속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면서 HMM의 매각 재개를 어렵게 하고 있다. 불안한 정국 속에 국정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정책적 판단을 지연시키고 전격적인 민영화 추진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임기도 오는 6월 끝난다.

HMM 관계자는 “지난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내부 검토 단계에 있다”면서 “현재 구체적인 방안을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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