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조달 비용 절감 및 수익성 개선 가능…원유 도입 다변화 과제
![휘발유 [출처=GS칼텍스 블로그]](https://cdn.ebn.co.kr/news/photo/202502/1653268_665990_43.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적인 무역 정책이 글로벌 정유 시장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산 원유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원유 수급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관세 부과로 인해 캐나다산 원유가 기존 최대 수출국인 미국 대신 아시아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정유업계는 새로운 원유 조달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정유사들이 비교적 저렴한 캐나다산 원유를 확보할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반사이익도 기대되고 있다. 트럼프발(發) 관세 정책이 한국 정유사들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캐나다산 원유, 한국으로 유입될 가능성 커져
최근 정유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되, 캐나다산 에너지에 대한 관세율은 10%로 조절한다고 전했다. 즉 캐나다산 원유에 10%, 멕시코산 원유에 25%의 관세가 각각 적용되게 된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 국가이자 최대 정제 설비를 구축한 나라지만, 미국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에 의존한다.
미국 내에서 처리되는 전체 원유의 약 40%가 해외에서 수입되고, 캐나다산은 수입 원유의 약 60%를 차지한다. 멕시코산 원유 비중은 7% 정도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원유의 수출 비중은 81%이며, 이 중 미국 수출 비중이 97%에 이른다.
캐나다는 원유 대부분을 미국 정유 업체로 수출해 왔는데, 미국이 캐나다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등 아시아권으로 수출국을 넓힐 요인이 생긴다. 캐나다가 미국을 대체할 거래처를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대량의 캐나다산 원유가 값싼 가격으로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있단 분석에서다. 현재 한국은 원유 수입 70% 가까이 중동 지역으로부터 수급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에너지 안보 등을 고려해 원유 수입국을 다변화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을 타고 국내 정유업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캐나다산과 멕시코산을 수입해 원유 도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
현재 SK에너지, GS칼텍스 등 일부 국내 정유사는 캐나다산 원유 도입을 고려 중으로 알려졌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관세 부과 이후 캐나다산 원유의 아시아향 수출 증가로 국내 정유사들이 도입 원가를 절감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유사들은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고 상대적 원가 우위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캐나다산 원유의 미국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그 물량이 아시아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한국 정유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美 관세 정책, 韓 정유업계에 '반사이익' 될까
원유 조달 비용의 절감 여부가는 정유사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70%를 중동산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산 원유는 중동산 원유보다 배럴당 약 15달러(약 2만1600원)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수입 확대 시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캐나다산 원유는 대부분 미국으로 수출됐기 때문에 한국 정유사들의 도입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캐나다 원유업체들은 미국 외 대체 수출국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이 새로운 주요 수출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이유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은 최적의 원유 조달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캐나다산 원유가 미국 시장 대신 한국으로 유입된다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캐나다산 원유 도입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변수도 적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유종 특성은 물론 추가적인 운송 비용까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물류 비용 부담을 감안해야 하며, 기존에 수입해 오던 중동산 원유와의 비율 조정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에 따라 원유 도입 다변화를 추진하더라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에쓰오일 울산공장 [출처=에쓰오일]](https://cdn.ebn.co.kr/news/photo/202502/1653268_665991_450.jpg)
국내 정유사, 원유 조달 다변화 전략 가속화
국내 정유업계는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2019년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했을 때도 국내 정유사들은 미국·러시아산 원유 도입을 늘리며 대응한 바 있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 캐나다산 원유 도입 확대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정유사들은 캐나다산 원유가 기존 중동산 원유보다 정제 효율성이 떨어지는지 여부를 면밀히 분석 중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이미 다양한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캐나다산 원유 도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유종별 시황 변동에 따라 최적의 원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며 "미국산 원유와 캐나다산 원유의 프리미엄 변동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미국으로 수출되지 못한 캐나다산 중질유가 시장에 다량 공급되면, 중질유를 원하는 국내 정유사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국내 정유업계는 지난해 휘발유·경유 수출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유 부문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석유 정책이 국내 정유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정유 부문에서 각각 49조8399억원, 37조8028억원, 28조8405억원, 28조781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원유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로 글로벌 원유 시장이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이 원가 절감과 공급망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할 기회”라며 “향후 캐나다산 원유의 한국 수입 확대가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