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 가능성 낮으나 완전배제 어려워 "원유·LNG가격 급변 불가피"
![호르무즈 해협[출처=GS칼텍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7645_682776_3138.jpg)
미국의 공습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이란 의회는 지난 주말 세계 해상 원유 운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공식적으로 의결하며 미국의 군사행동에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다만 실제 봉쇄 시행에는 이란 국가안보회의(SNSC, Supreme National Security Council)의 최종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한 차례 절차가 남아 있다.
23일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출신 국회의원 에스마일 코사리(Esmail Kosari)는 "해협 봉쇄는 현재 의제에 올라 있고 필요 시 언제든 실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3분의 1이 통과하는 전략적 해역으로 실질적 봉쇄는 국제 원유 및 가스 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아메나 바크르(Amena Bakr) OPEC+ 분석 책임자는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는 배럴당 세 자릿수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바크르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실제 실행 가능성은 낮다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라훌 카푸르(Rahul Kapoor) S&P 글로벌 해운 분석 책임자도 장기적인 봉쇄 가능성은 낮고 지속 불가능할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해운 및 에너지 시장이 단기적인 혼란과 위험 프리미엄 상승에 대비해야 하고 해상 보험료와 운임도 인상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공습의 여파는 해상 물류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JMIC(Joint Maritime Information Center)는 홍해와 아덴만에서 미국 관련 선박에 대한 위험 수준을 '높음'으로 격상했으며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 재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머스크(Maersk)는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통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특정 선박에 대해 보안 위험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의 해협 봉쇄는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박중개기관인 OB LNG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 시 글로벌 LNG 공급의 20%가 차단되며 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의 LNG 공급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은 '매우 큰 도전 과제'라고 경고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이탈리아, 파키스탄, 싱가포르, 대만 등이 공급망 충격에 취약한 국가로 꼽히고 있다.
LNG 선박 수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Q-Max, Q-Flex급 대형 선박은 단기 운송 전환이 어렵고 대체 공급은 대서양 지역에서 장거리 운송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요 대비 공급 불균형이 심화될 전망이다.
카타르 에너지기업인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는 해협 진입 시점을 선적일 하루 전으로 조정하고 선박들이 전속력으로 해협을 통과하도록 지시했다. 이와 함께 노스필드(North Field) 프로젝트 주요 파트너들과 회의를 통해 비상계획을 논의 중이다. 해당 회의는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이자 QatarEnergy CEO인 사드 알 카비(Saad Al-Kaabi)가 직접 주재했다.
에너지 생산업체들은 이란이 노스필드의 카타르 측 미군 및 에너지 시설을 타격하거나 이스라엘이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를 공격할 경우 방사능 오염까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다시 한번 위기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며 "향후 중동 정세에 따라 원유와 LNG 가격의 급변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