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에 기술자료 제공ㆍ금형도면 부당 요구 등 하도급법 위반 판단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케피코는 2009년 베트남 진출 과정에서 A 수급사업자에게 베트남 동반 진출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하자, 협의 없이 불량 치수 보고서 등 기술자료 5건을 경쟁사인 B사에 제공하여 부품 개발에 참고하도록 했다. [출처=ebnㆍ공정거래위원회]](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1512_687325_5137.jpg)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케피코가 기술자료 유용 등 하도급법을 위반한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 74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현대케피코는 현대자동차 계열사로, 전기차용 모터제어기 등 자동차 엔진 부품을 제조하며 현대차, 기아 등에 판매하는 회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케피코는 2009년 베트남 진출 과정에서 A 수급사업자에게 베트남 동반 진출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하자, 협의 없이 불량 치수 보고서 등 기술자료 5건을 경쟁사인 B사에 제공하여 부품 개발에 참고하도록 했다. 또 C 수급사업자에게는 제조 위탁 목적에 필요한 경우가 아님에도 금형도면 4건을 요구해 제공받는 등 부당하게 기술자료를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케피코는 도면 사전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금형도면 요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제3자 제공에 대해서는 A 수급사업자가 해외 진출 기회를 포기했고, B 수급사업자는 양식만 참고했을 뿐이라며 부당성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금형의 수리나 수정이 필요한 경우에만 도면을 요구해야 하며, 미리 요구해 받아두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제3자 제공 행위가 현대케피코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수급사업자의 동의 없이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제공한 것은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 외에도 현대케피코는 수급사업자에게 금형 도면을 요구하면서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행위 24건,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행위 6건이 적발돼 시정 조치를 받았다. 3개 수급사업자와 금형 제작 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방적으로 수급사업자에게만 비밀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특약을 설정한 행위도 적발되어 경고 조치됐다.
다만, 공정위는 현대케피코가 제공받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기술자료 중 일부는 비밀관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하도급법 위반으로 보지 않았다. 금형관리 절차서와 금형 성형해석자료 등 일부 기술자료는 비밀관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수급사업자들이 해당 자료들을 비밀로 관리했다면 법 위반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향후 법 위반 예방을 위해 주의를 촉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자동차 금형업계에 대한 직권조사를 통해 적발·제재한 것으로, 납품단가 인하 목적이 아니더라도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엄정하게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업계의 유사 법 위반 행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앞으로도 하도급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기술유용행위와 기술자료 요구 관련 절차 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