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부터 생필품까지, 소비자 옭아매는 구독 함정 실태
국회입법조사처 경고 '구독 서비스 다크패턴' 소비자 피해
![[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6894_693585_5831.jpg)
구독 서비스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OTT부터 생필품까지,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편리하게 이용하는 방식은 이제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이 편리함 뒤편에는 소비자를 곤란하게 만드는 문제들이 숨어 있다. 자동 갱신, 복잡한 해지 절차, 불분명한 정보 제공 등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기업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꼼수로 비칠 수 있다.
2일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구독 서비스의 불공정 행위는 기업이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에서 비롯된다.
소비자가 쉽게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설계되어야 할 인터페이스와 절차가 오히려 소비자를 함정에 빠뜨리는 ‘다크패턴’으로 악용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이러한 다크패턴에 대해 시정 조치나 과태료 부과에 그쳐,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 구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구독 계약이 체결되면, 소비자는 관성에 따라 서비스를 유지하거나 해지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 기업은 이러한 소비 심리를 이용해 ‘숨은 갱신’이나 ‘취소·탈퇴 방해’와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은 최근 ‘2024년 디지털 시장, 경쟁 및 소비자법(DMCCA)’을 통해 구독 경제에서의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새로운 규정을 마련했다. DMCCA는 구독 계약의 체결 과정부터 계약 유지, 해지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권리를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소비자가 계약 내용을 명확히 인지하도록 핵심 정보 제공 의무를 표준화했다. 또한, 자동 갱신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갱신 전에 알림을 제공하고, 갱신 후에도 일정 기간 청약 철회를 보장하며, 해지 절차를 간소화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자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할 경우 계약 조건을 무효화하고 민사 구제 수단을 명문화했다는 점이다. 이는 행정 제재를 넘어 실질적인 법적 효력을 부여함으로써 구독 서비스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구독 기반 서비스 자체를 직접 규제하는 법률이 부족하고, 구독 계약을 명시적으로 다루는 조항도 찾기 어렵다. 영국 DMCCA의 사례는 우리 법제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정보 제공 기준을 명확히 표준화해야 한다. 소비자가 계약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할 정보의 범위와 형식을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둘째, 표준화된 알림 통지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 구독 갱신 전에 명확한 알림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불필요한 지출을 예방하고 자신의 구독 상태를 인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셋째, 갱신 과정에서도 청약 철회권을 보장해야 한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계약 갱신 후에도 일정 기간 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넷째, 구독 서비스 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할 사법상 효과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행정 제재만으로는 부족하며, 계약 무효화나 손해배상 청구와 같은 민사상 효력을 명문화하여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구독 경제는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그 이면의 불공정 관행은 소비자의 권리를 위협한다"면서 "영국이 마련한 새로운 규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