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독과점 규제…통상 압력에 발목 잡히나

김지성 기자
  • 입력 2025.09.0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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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기, 미국 통상 압력 이유ㆍ독점규제법 추진 난색 표명…시민사회 '반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출처=공정거래위원회]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출처=공정거래위원회]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미국의 통상 압력을 이유로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을 직접 규제하는 독점규제법 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공정위에 따르면 주 후보자는 지난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통상 협상이 매우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독점규제 플랫폼법을 과감하게 추진하기는 어려운 여건"이라며 "앤드류 퍼거슨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도 한국을 방문해 사전 규제는 안 된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자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으로 채택된 핵심 민생 과제인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추진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민단체들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과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고 중소상인 및 자영업자를 보호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의 책무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한다.

참여연대는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 강화와 시장 지배력 남용으로 피해를 보는 이용자들을 고려해 주 후보자가 온라인 플랫폼법 추진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할 것을 촉구했다.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수수료 문제는 배달앱, 숙박,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배달앱 시장의 경우,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시장의 90%가량을 장악하면서 자영업자들은 과도한 수수료, 자사 우대 요구 등 불공정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숙박 및 쇼핑 앱에서도 20~8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가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통제되지 않는 플랫폼 수수료는 시장 독점에서 비롯된 폐해이며, 이는 '통상 리스크'가 아닌 '민생 위기'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구글, 애플과 같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사전 지정, 입증 책임 전환, 제재 기간 단축 등을 골자로 하는 독점규제법은 통상 압력에 굴복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이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EU와 회원국들은 우리 영토 내 경제 활동을 규제할 주권적 권리를 보유하며 이는 민주주의 원칙과 부합한다"고 밝히며 단호한 입장을 보인 점을 상기시켰다. 에픽게임즈와 같은 미국 기업조차 독점 규제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한국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만이 자국 기업 보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주 후보자 역시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내며 "빅테크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 참여자를 착취하는 행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OECD 등 국제기구를 통한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주 후보자는 한국적인 특성이 담긴 갑을 관계 문제가 플랫폼 경제로 확산되고 있다며, 통상 이슈와는 독립적으로 의회와 소통하여 법안 개정에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3년 전 온라인플랫폼법이 도입됐더라면 통상 협상에서 덜 어려웠을 것이라며 늦어진 입법 추진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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