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피터팬 증후군' 심화…성장 사다리 '흔들'

김지성 기자
  • 입력 2025.09.30 14: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진욱 의원 "중견기업 전환 유예 기업 급증…혜택 상실 우려로 성장 기피 현상 뚜렷"

[출처=ebn-정진욱 의원실]
[출처=ebn-정진욱 의원실]

중소기업이 각종 혜택 상실과 규제 확대를 우려해 중견기업으로의 도약을 미루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할 중소기업 졸업 유예 제도가 오히려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정진욱 국회의원(광주 동남갑,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의 전환을 유예한 기업 수는 2020년 949개에서 2024년 1377개로 45% 이상 증가했다.

특히 3년 차 유예 기업은 2022년 565개까지 급증했다가 2023년 249개로 줄었으나, 2024년 다시 406개로 반등하며 불안정한 경기 상황 속에서 유예 기간 연장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부터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되돌아온 기업(208개)이 새로 중견기업으로 올라선 기업(163개)보다 많아졌고, 이듬해에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지면서 성장을 택하기보다는 각종 혜택을 유지하려는 중소기업들의 움직임이 한층 더 뚜렷해졌다.

정부는 2014년 3년간의 중소기업 졸업 유예 제도를 처음 시행한 이후 2024년에는 이를 5년으로 확대했다. 올해 9월부터는 중소기업 해당 매출 기준도 1500억 원에서 18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전환을 회피하며 성장을 포기하는 현상이 오히려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제1차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성장 과정에서 규제 증가와 지원 축소로 인해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관련 규제 현실화를 주문했다.

정진욱 의원은 "최근 몇 년간 다수의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전환을 두려워하며 성장을 멈추고 있다"며 "특히 제조업과 정보통신업처럼 혁신 역량이 중요한 업종에서조차 혜택 상실을 의식해 투자를 지연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구체적인 문제점으로 세제 혜택 격차를 꼽았다. 중소기업은 감면을 받더라도 최소 과세표준의 7% 수준의 세금을 내야 하는 최저한세율이 적용되지만, 중견기업은 최저한세율이 10%로 더 높아 실효세 부담이 무겁다.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율 역시 중소기업은 최대 25%까지 가능한 반면, 중견기업은 일반 R&D 비용의 경우 8%에 그쳐 기업 규모에 따른 혜택 격차가 뚜렷하다.

또 중소·중견기업 간 규제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2023년 한국경제인협회 자료에 따르면 자산총액 500억~1000억 원 미만 중소기업에는 4개의 규제만 적용되지만, 중견기업 기준인 5000억 원 이상 기업에는 최대 185개의 규제가 한꺼번에 적용된다. 이는 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졸업하는 순간 혜택은 사라지고 규제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성장을 포기하는 구조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 의원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을 단순히 규제 적용 기한을 늦추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중견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해 일정 부분 중소기업 지원 혜택을 연속적으로 적용하거나 새로운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중견기업 전환 후 중소기업 수준의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율을 단계적으로 유지하거나, 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는 청년내일채움공제와 유사한 장기근속 지원 제도를 적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성장 사다리를 이어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핫 키워드
기사공유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