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책임투자, ESG 워싱 '논란'

김지성 기자
  • 입력 2025.10.30 08:19
  • 수정 2025.10.3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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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운용 자산 97% 'ESG 투자' 인정 어려워…투명성 강화 요구

[출처=남인순 의원실]
[출처=남인순 의원실]

국민연금이 책임투자 자산으로 공시한 위탁운용 자산의 97.11%가 실질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의 ESG 워싱(Greenwashing) 방지를 위해 위탁운용사로부터 ESG 고려 여부 및 정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국민연금의 직접 운용 자산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30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책임투자를 고려하는 총 383.9조 원의 위탁운용 자산 중 ESG 투자로 인정할 수 있는 자산은 11.08조 원으로 전체의 2.8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72.82조 원(97.11%)은 ESG 투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ESG 투자로 인정된 자산은 ▲국내주식 책임투자형 위탁자산 6.67조 원 ▲국내 ESG 채권 위탁자산 1.86조 원 ▲해외 ESG 채권 위탁자산 2.55조 원이다.

국민연금은 대체투자를 제외한 국내주식, 해외주식, 국내채권, 해외채권 등 다양한 자산군에 대해 ESG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며, 해당 자산을 책임투자 규모에 포함하여 매년 공시해왔다.

이는 위탁운용사 선정 시 '위탁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 및 책임투자 관련 정책 도입, 지침 보유 여부'를 평가 지표에 반영하고, 이를 통해 선정된 운용사에 맡긴 자금을 모두 '책임투자 자산'으로 집계하는 방식에 기반한다.

그러나 위탁운용사가 관련 정책과 지침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자산 운용 과정에서 ESG를 적극적으로 고려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 자산운용사의 경우, 정책은 갖추고 있으나 특정 펀드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

또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선정 평가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및 책임투자 관련 항목은 본 점수가 아닌 1~2점 수준의 가산점으로 반영되어, 운용사 선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남인순 의원은 국민연금의 ESG 워싱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ESG 고려 여부 ▲ESG 고려 방식 및 전략 ▲ESG 각 영역별 고려 정도 ▲ESG 미고려 시 사유 등 책임투자 관련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하고, 이에 대한 실사를 거쳐 '수탁자책임 활동 보고서'를 통해 공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보 공개는 위탁운용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직접 운용 자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자산 분류가 매우 자의적이어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자본시장을 왜곡하고, 국내 기업의 체질 개선과 밸류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접 및 위탁운용 등 모든 기금 운용에서 ESG 관련 공시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책임투자'로 명명할 수 있는 고려 정도의 임계점을 설정함으로써 ESG 워싱을 방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ESG 워싱 방지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펀드 상품명과 포트폴리오 일치율을 80%로 설정하는 '명칭 규칙(Names Rule)'을 시행하고 있으며, 유럽연합 역시 유사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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