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유조선·가스운반선 10척 '블랙리스트' 추가
제재 지속에도 이란 9월 원유 수출 최근 5년래 최고치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7999_706407_246.jpg)
미국이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전략을 이어가며 그리스·인도·UAE 관련 해운사 및 선박 관련 업체들을 대거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란산 원유와 LPG 운송을 차단해 이란 정권의 핵·군사 활동 자금줄을 조이는 것이 핵심 목표라는 분석이다.
24일 트레이드윈즈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최근 그리스 선주사 알토마레(Altomare), 인도 선박관리 회사, 아랍에미리트(UAE) 소재 용선사 등 다수의 해운·선박 관련 기업과 선박들을 추가 제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최대 압박'의 연장선으로 이란산 원유·LPG 화물 운송에 쓰인 선박과 그 배후 네트워크를 목표로 이뤄졌다.
재무부는 새로 여러 척의 탱커와 LPG 운반선을 블랙리스트에 올렸으며 이를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테헤란 지원 혐의로 제재한 선박은 총 170척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 명단에는 그리스 선주 알토마레와 이 회사가 관리하는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칼리스타(Kallista, 2010년 건조)'호가 포함됐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칼리스타'호가 이란 세페르에너지(Sepehr Energy)를 위해 수차례에 걸쳐 약 400만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운송했다고 지적했다.
'칼리스타'호는 이번에 새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10척(유조선 6척, 가스선 4척) 중 한 척으로 이란산 원유 수출을 실질적으로 지원한 핵심 자산으로 지목됐다.
선박가치 평가기관인 베셀즈밸류(VesselsValue)는 알토마레가 VLCC 5척을 보유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으나 해운 데이터베이스 에콰시스(Equasis) 기준 현재 회사가 공식적으로 관리하는 선박은 '칼리스타'호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재 발표 직후 알토마레는 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깊은 놀라움과 실망을 표한다"고 밝힌 알토마레는 제재 명단 정정을 위한 조치에 즉각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알토마레 관계자는 "문제가 된 기간 동안 '칼리스타'호는 평판이 좋은 선사들이 용선했고 이라크 바스라항에서 선적해 인도 파라디프(Paradip) 항으로 향한 화물을 운송했을 뿐"이라며 "미국 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 어떠한 활동에도 관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제재는 단순히 개별 선사에 그치지 않고 이란 군부와 연계된 원유·LPG 운송 네트워크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LPG 재벌로 알려진 세예드 아사돌라 에맘조메(Seyed Asadoollah Emamjomeh)가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LNG·LPG 운반선 4척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른바 '그림자 선대(shadow fleet)'로 분류된 이들 선박은 제재 회피용 밀거래에 동원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재무부는 이번 조치가 세페르에너지의 위장회사와 이들이 운용하는 그림자 선대 유조선들을 정조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군총참모부(Armed Forces General Staff)의 원유 판매 조직으로 알려진 세페르에너지가 실질적으로 이란 군사 활동을 뒷받침하는 재원 조달 창구로 활동했다는 것이 미국 측 주장이다.
제재 대상에는 인도 및 UAE 기반 기업들도 다수 포함됐다.
미국은 인도 선박관리 회사 'RN Ship Management'가 세페르에너지를 위해 여러 선박을 운영해왔다며 제재를 부과했다.
아랍에미리트 용선사인 'Luan Bird Shipping'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세페르에너지의 이란산 원유 운송 작업을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이 회사 역시 미국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재무부는 세페르에너지의 선박 용선에 활용된 위장회사로 'Mars Investment(UAE), 이란산 원유 선적에 이용된 또 다른 위장회사로 'Moon Line Plastics & Raw Materials Trading', 이란 원유를 운송하는 그림자 선대 유조선에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 업체로 'Alsafeenah Althahabya Ship & Boats Spare Parts & Components Trading'(UAE) 등을 지목해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는 이란 정권의 핵무기 개발과 테러 조직 지원 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란의 수입원을 붕괴시키는 것이 그들의 핵 야망을 억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2월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행정명령을 재발령하며 '최대 압박'을 재확인한 이후 지속되고 있으나 제재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서방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산 원유 구매를 계속하는 등 이란의 원유 수출은 9월 하루 250만배럴을 넘어서며 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센 파크네자드 이란 석유장관은 최근 "현재 우리는 원유 판매에 어떤 문제나 우려도 갖고 있지 않다"며 미국 제재의 실효성을 공개적으로 부인했다.
서방 해운업계가 미국 제재 리스트에 직접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드물지만 알토마레의 사례는 해운사들이 이란 및 제재국 관련 화물에 관여할 경우 얻게 되는 법적·재무적 리스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부 제재 대상 업체들이 이후 명단에서 삭제된 사례도 있는 만큼, 알토마레가 향후 미국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제재 해제에 나설 가능성도 주목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비용, 평판의 손해가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해운·금융 시장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