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연료도 무탄소 시대, 승자는?

신주식 기자
  • 입력 2025.01.01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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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들, 안정적 인프라 갖춘 LNG 선호 높아
메탄올·암모니아 연구 지속…SMR 가능성도

HD현대삼호에서 건조 중인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EBN)
HD현대삼호에서 건조 중인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EBN)

환경규제 대응을 위해 선사들이 다양한 대체연료를 두고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면서 기존 LNG가 아닌 메탄올, 암모니아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은 인프라, 경제성 측면에서 LNG를 대체할 만한 친환경 연료는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성을 제외한다면 탄소중립 또는 무탄소 연료라는 장점이 분명한 만큼 다양한 대체연료에 대한 연구개발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수소와 연료전지, 나아가 소형 원자로를 탑재한 원자력 추진 상선까지 '넷제로(Net-Zero)'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컨테이너선, LNG 이중연료 추진 시스템 대세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탄소감축을 위한 대체연료로 다시 LNG가 부각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2023년 116척 발주됐던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선박은 지난해 1~11월 76척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LNG 이중연료 추진 선박은 207척에서 328척으로 크게 늘었다. 암모니아 이중연료 추진 선박은 8척에서 18척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1개월간 발주된 선박은 2159척이며 이 중 대체연료 사용이 가능한 선박은 698척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540척)보다 늘어난 수치다. GT 기준으로는 5820만GT로 전체 발주량의 49%를 차지했다.

컨테이너선 증가세가 대체연료 추진 선박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1개월간 전 세계적으로 발주된 컨테이너선은 343척으로 2023년 전체 발주량(211척)을 크게 웃돌았다. 발주된 컨테이너선 중 대체연료 이용이 가능한 선박은 GT 기준 54%, 선복량 기준으로는 79%에 달한다.

다른 선종 대비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대체연료 선택 비중이 높은 것은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의 친환경 전략에 기인하고 있다. 친환경 컨테이너선이 기존 선박 대비 더 높은 운임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선사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유조선 시장에서 대체연료 사용이 가능한 선박을 발주한 비중은 13%로 나타났으며 벌크선은 5%에 그쳤다.

향후 대체연료 추진 선박으로 개조가 가능한 LNG Ready, Methanol Ready 등의 선박 발주도 상당수 이뤄졌다. 이들 선박은 전통적인 연료 추진 방식에 운항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줄이는 스크러버(Scrubber)를 장착하는 형태로 건조가 이뤄진다. 하지만 이와 같은 옵션이 실제 개조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레디(Ready) 선박이라는 것이 대체연료 추진 선박으로의 개조가 용이하도록 설계 과정에서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는 작업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며 "대체연료 추진 선박으로 개조하기 위해서는 수개월간 운항을 멈추고 조선소 도크에서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장기간 운임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이와 같은 길을 선택하는 선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레디' 옵션으로 발주되는 선박들은 일정기간 운영 후 중고선으로 매각하거나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 상황을 지켜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폐선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대체연료 추진 선박은 LNG운반선 등 해당 화물 운송이 가능한 가스운반선이나 대형 컨테이너선 위주로 이뤄지고 있으며 머스크, MSC, CMA CGM 등 글로벌 상위 선사들이 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머스크)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머스크)

메탄올은 2023년 들어 국제해사기구(IMO) 규제강화 기조 속에 그린메탄올이라는 대안적 연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선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강희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친환경해양개발연구본부장은 "그린메탄올은 엔진기술이 상용화돼 있어 '비교적 현실적인 대응책'으로 부상했다"며 "특히 IMO의 온실가스 감축 초기전략 발표 이후 2030년대 중반까지 메탄올이 대안적 탄소중립 연료로 신속히 적용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4년 글로벌 선사들의 관심은 다시 LNG로 돌아섰다. 인프라를 비롯해 경제성, 안정적 공급망 확보 측면에서 아직까지는 LNG를 대신할 수 있는 연료가 없기 때문이다.

2024년 7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LNG벙커링이 구축된 항만은 273개로 집계됐으나 메탄올 벙커링이 구축된 항만은 29개로 10분의 1 수준이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LNG는 다른 대체연료 대비 우수하다. 전통적인 추진 방식에서 대형 선박에 주로 사용되는 저유황 벙커유와 LNG의 차이는 20~30%에 불과하나 이를 제외한 다른 대체연료는 저유황 벙커유 대비 3배 이상 비싸다.

'탄소중립' 메탄올, '무탄소' 암모니아 장점 뚜렷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메탄올의 경우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탄소포집을 통해 합성하는 과정에서 제조단가가 더 높아지게 된다. 지난 수년간 국제황산화물 규제(IMO 2020)와 초기 탄소감축 규제를 대비하기 위해 인프라를 확충해 온 LNG에 비해 메탄올은 기술적 신뢰성도 높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에 동등한 경제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그린메탄올이 공기중에서 포집하는 이산화탄소를 연소시 재순환함으로써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반면 암모니아는 연소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연료다. 이론상으로는 완벽한 탄소중립 실현이 가능한 대체연료이나 독성과 부식성, 안정적인 연소기술 확보, NOx 및 N2O(이산화질소) 처리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글로벌 선사들도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이스턴퍼시픽시핑은 지난해 말 중국에 발주한 20만DWT 규모의 뉴캐슬막스급 암모니아 이중연료 벌크선 14척 중 절반에 해당하는 7척을 LNG 이중연료 추진 선박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는 엔진 개발사인 만ES(MAS ES)의 암모니아 엔진 관련 프로그램 개발이 당초 일정보다 지연됐기 때문이다.

만ES 관계자는 "연소와 배출, 엔진 조정, 분무기 시험, 제어 시스템 검증 등에 초점을 맞춰 암모니아 엔진 시험을 진행한다"며 "이번 시험은 잠정적으로 내년 중반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의 고압 직분사 방식 힘센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HD현대중공업)
세계 최초의 고압 직분사 방식 힘센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HD현대중공업)

특유의 강한 냄새와 독성으로 항만에서 연료 주입시 주민 수용성과 안전관리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지만 암모니아는 무탄소라는 장점으로 인해 중장기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LNG, 메탄올과 마찬가지로 암모니아 추진 선박도 대형선보다는 중소형선에서 먼저 개발과 선박 건조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대체연료 추진 선박의 세계 첫 수주와 건조 기록을 이어가며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HD현대미포는 지난해 12월 울산 본사에서 4만6000㎥급 암모니아 추진 LPG운반선 건조를 위한 강재절단(Steel Cutting)에 들어갔다.

엑스마(EXMAR)로부터 수주한 4척의 동형선 중 처음으로 건조되는 이 선박은 길이 190m, 폭 30.4m, 높이 18.8m에 화물창 3기를 탑재해 LPG, 암모니아 등 액화가스를 운반한다. 연료로는 암모니아와 기존 디젤 연료를 선택적으로 사용하며 암모니아 누출을 실시간 확인하는 감지센서, 외부 누출을 원천 차단하는 물 분무 설비, 암모니아 누출 완화 시스템 등 다양한 방재기술이 적용됐다. 암모니아는 영하 33℃ 이하에서 액화되나 8기압(bar)의 가압탱크를 이용하면 상온에서도 액화상태로 보관이 가능하다.

암모니아(NH3)는 수소가 결합돼 있기 때문에 개질을 통해 수소를 분리해낼 수 있다. 영하 253℃라는 극저온에서 액화되는 수소를 운송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암모니아가 거론되는 이유다. 저장밀도도 암모니아가 액화수소보다 1.7배 높다.

수소경제로 가기 전 '브릿지 연료'로 암모니아가 주목받고 있지만 선박 대체연료로 수소가 사용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초기투자비 높은 수소, 연료전지 연계가 효율적

연소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궁극적 무탄소 연료로 평가되는 수소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장기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극저온 저장이 필요한 만큼 탱크 설계와 단열 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단위부피당 에너지밀도가 낮아 연료로 사용할 경우 기존 화석연료 대비 6배 이상의 연료탱크가 필요하다. 초기 투자비를 따지면 수소는 다른 대체연료에 비해 상당히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단열기술, 고성능 단열재, 압력 관리 장치, 신뢰성 높은 초저온 밸브 및 펌프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 누출시 폭발 위험성과 작은 분자 크기로 인한 누출 관리 난이도 등 안전관리 측면에서도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 이와 같은 기술적 부담으로 인해 선박 설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700bar에 달하는 큰 압력을 가한 압축수소는 극저온 액화가 필요 없으나 동일한 에너지량을 담기 위해서는 고압의 대용량 탱크가 필요하고 이로 인해 부피효율이 크게 저하된다.

강희진 본부장은 "수소는 내연기관 직접연소보다 연료전지를 통한 전기추진 형태로 활용하는 전략이 유력하다"며 "아직까지는 연료전지의 초기 투자비용이 높고 부품 공급망, 유지보수 체계가 충분히 정착되지 않아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바이오매스, 폐식용유, 농업부산물 등을 원료로 제조하는 바이오연료는 이미 육상교통 분야에서 다양한 적용 사례를 갖고 있으며 해운 분야에서도 기존 화석연료와 혼용하는 형태로 활용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 기존 선박 추진시스템의 교체 없이 30%의 바이오연료 혼유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나 곡물가격 변동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워지게 된다.

전기차와 같이 선박에서도 전기추진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배터리 교체 및 충전 등에 대한 부담으로 내항 여객선이나 소형 화물선, 항만 내 작업선 등에서만 적용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 벌크선처럼 막대한 추진동력과 전력을 요구하는 대형 선박에 전기추진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적·경제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전기추진 시스템의 대형선 적용을 위한 가장 큰 걸림돌로 단위 부피·질량당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한계가 꼽히나 연료전지 기술, 대체연료 기반의 전기생산 장치를 조합한다면 가능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개발, 수소연료전지 내구성·경제성 개선, 암모니아 개질 기술 발전 등이 모두 전기추진 시스템의 대형화와 장거리화를 지원할 수 있다.

"지금은 단일 연료나 단일 추진 방식에만 의존하는 시대가 점차 저물고 있다"는 것이 강희진 본부장의 생각이다. 향후 대형선은 전기추진 시스템을 기초로 다양한 대체연료 기반 발전기, 배터리, 축발전기 등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하이브리드 전략은 연비개선과 온실가스 감축, 운항 유연성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며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엔진 추진체계를 대체하는 점진적 전환 전략으로 유용하다.

대형선에 전기추진 시스템을 적용하려면 배터리를 키우는 것 뿐 아니라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전력변환기술(PCS), 스마트그리드형 전력분배 시스템, 자율운항, 운항최적화 기술 등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들의 고도화는 대형선에서도 다양한 전력원을 관리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전기추진 운영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강희진 본부장은 "환경규제 강화로 비용부담이 늘어나면 전기추진을 포함한 친환경기술 적용시 경제성 비교 구도가 바뀌게 된다"며 "장기적으로 금융지원, 세제혜택, 형식승인 등 관련규제 완화 등이 이뤄지게 되면 전기추진 시스템 적용 동기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모듈원자로(한국원자력연구원)
소형모듈원자로(한국원자력연구원)

결국은 원자력추진선? SMR 시스템 탑재 연구 활발

아직까지는 잠수함 등 군함에만 적용되는 원자력 추진 선박도 상선 적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lar Reactor)는 전통적인 대형 원전 대비 훨씬 작은 규모로 공장에서 표준화·모듈화된 형태로 제작 후 현장에 설치할 수 있는 미래형 원자로 설비로 불린다. SMR을 추진시스템으로 적용하게 되면 이론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넷제로 달성에 핵심적일 뿐 아니라 특유의 안정적 전력공급 능력으로 해양산업 분야 적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상선에 SMR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외부 충돌, 화재, 침수, 극한해상기상 등 해상환경 특수성에 대응하는 기술적 안전장치가 요구되며 냉각수 시스템의 신뢰성, 비상 상황에서의 즉각적인 정지 및 격리 시스템, 방사능 누출 방지 대책 등이 철저히 검증돼야 한다.

기술개발 및 검증과 별개로 국가 간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도 SMR이 단기간에 선박연료 시장을 대체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원자력 추진 선박은 잠수함 등 군용 특수목적 선박에서 충분한 기술적 검증이 이뤄졌다는 평가이나 다양한 국가를 경유하는 상용 선박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규제·인허가 체계가 필요하다.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지만 SMR은 친환경 선박 뿐 아니라 친환경 해양에너지 생태계 구성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는 인식이다.

해양 원자력 발전플랫폼·발전선과 연계한 친환경 선박 연료 생산에서 독보적인 역할이 기대되며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핵심산업 역량의 가장 조화로운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

SMR 중 용융염원자로(MSR, Molten Salt Reactor)를 탑재한 제품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MSR은 누출시 고체화돼 방사성물질 확산을 방지할 수 있고 비교적 단순한 구조와 소형화로 초장핵주기 구현이 가능하다. 또한 핵연료재장전을 필요로 하지 않아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성폐기물과 반감기가 긴 고준위폐기물 발생량도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SMR 상용화의 핵심은 결국 경제성으로 모듈화 설계·제작이 성공의 핵심 요소"라며 "모듈화 공정, 생산성 높은 대형 구조물의 양산 역량이 SMR의 경제성 확보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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