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는 여전히 많지만…" 시황 약세·인도량 증가 부담

한국 조선업계가 전통적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LNG선 시장에서 올해 첫 수주를 기록하며 수주행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타르에너지의 대규모 발주 프로그램이 종료된 만큼 이전과 같은 호황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17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와 3796억원(미화 약 2억6095만달러) 규모의 LNG선 1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건조해 오는 2027년 6월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삼성중공업 뿐 아니라 국내 조선업계의 올해 첫 수주 기록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트레이드윈즈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이 선박은 셀시우스탱커스(Celcius Tankers)가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은 최신 'WIN-GD XDF 2.2' 추진 시스템이 장착되며 선박 관리는 다른 셀시우스의 선단과 마찬가지로 셀시우스테크(Celsius Tech)가 담당한다.
예페 옌센(Jeppe Jensen) 셀시우스탱커스 CEO는 일본 기업과의 용선 계약에 따라 이번 발주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셀시우스탱커스는 현재 10척의 LNG선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삼성중공업에 5척, 중국 조선업계에 6척을 발주 중이다.
올해 첫 수주도 한국 조선업계의 주력상품인 LNG선으로 이뤄지면서 향후 전망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글로벌 조선빅3는 LNG선만 50척 가까이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포함해 LPG선, 암모니아운반선 등 가스선 시장에서 수주한 선박은 129척에 달한다.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의 2차 LNG 프로젝트가 지난해 상반기 종료되면서 LNG선 붐도 주춤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한국 조선업계는 선별수주 전략으로 가격을 방어하면서 고부가가치선인 LNG선을 비롯한 가스선 위주의 수주활동에 주력해왔다.
향후 전망에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올해 시작되는 LNG 프로젝트가 많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화석에너지에 대한 지원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최근 미쓰이, 가와사키, NYK 등 일본 선사들이 오는 2031년까지 LNG선단을 총 80척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도 국내 조선업계에 호재가 될 수 있다. 반면 지난해 4분기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운임과 올해부터 시장에 쏟아져나오는 신조선박이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17만4000㎥ LGN선의 평균스팟운임은 2만250달러로 2만달러선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2만6600달러), 12월(2만3000달러)에 이어 약세를 지속하면서 2개월만에 24% 가까이 빠졌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LNG선단은 799척이며 발주잔량은 355척으로 집계됐다. 발주잔량이 글로벌 선단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내년까지 상당수의 선박이 건조를 마치고 시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선단의 10%를 웃도는 선박이 올해 중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올해 개시되는 신규 LNG 프로젝트도 많기 때문에 시장에 투입되는 선박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렇다 해도 LNG선 시장에서 이전과 같은 '발주 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종 다양화 없이 지난해 수준 기대 힘들어
LNG선에 대한 기대치를 이전보다 다소 줄여야 하는 만큼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전략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목표로 180억5000만달러를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 초 제시한 목표(135억달러)보다 33.7% 높으나 지난해 수주실적(207억5000만달러)보다는 13% 낮은 수준이다.
선별수주 전략 하에 매년 보수적인 목표치를 설정하고도 2021년 이후 4년 연속 연간 수주 200억달러를 돌파했다는 점에서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수주행보에도 관심이 모인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가 가스선과 컨테이너선을 위주로 수주하고 있으며 HD현대미포는 중소형 가스선과 MR탱커를 중심으로 한 석유제품선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수주목표를 공시하지 않은 한화오션은 올해도 대외적으로 목표치를 밝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화그룹으로 인수된 이후 공개된 목표치 달성에 연연하기보다 조업 안정화와 내실에 충실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7억달러를 수주하며 단일 조선소 기준 가장 많은 실적을 거뒀으나 지난해 4분기에만 선박 인도지연 관련 4건의 정정공시를 냈으며 올해 들어서도 1월 13일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 1척에 대한 계약기간 종료일을 7개월 연장하는 정정공시를 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73억달러를 수주하며 목포치(97억달러)를 밑돌았다. 수주목표에는 '코랄 술(Coral Sul)' 2호기가 포함됐으나 본계약이 해를 넘기면서 목표치에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LNG-FPSO(FLNG,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 강자인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1년 11월 모잠비크 펨바(Pemba)시에서 북동쪽으로 250km 떨어진 코랄 가스전에 투입되는 FLNG '코랄 술' 1호기를 인도한 바 있다. 1호기 계약금액이 25억달러였던 만큼 지난해 계약에 포함됐다면 수주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코랄 술' 2호기 계약은 절차가 다소 지연됐을 뿐 사실상 수주가 확정된 사안"이라며 "LNG선 뿐 아니라 유조선 등 다른 선종에서 수주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