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정치 컨설턴트' 의혹 조직 운영 논란

김지성 기자
  • 입력 2025.10.2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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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분석팀, 기관장 이미지 관리 보고서 작성 드러나…직무 일탈 비판 거세져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범계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황분석팀’은 전임 이복현 원장의 외부 행사 이미지 연출을 위한 내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국회]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범계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황분석팀’은 전임 이복현 원장의 외부 행사 이미지 연출을 위한 내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국회]

금융감독원의 핵심 분석 조직이 금융시장 현안과 무관한 문건을 작성해 기관장의 정치적 이미지를 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조직 사유화 및 정치화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회사의 애로사항 파악 및 산업 발전 저해 요인 분석을 담당해야 할 금융전문 조직이 기관장의 외부 행사용 패션과 메시지 전달 전략을 제안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범계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황분석팀’은 전임 이복현 원장의 외부 행사 이미지 연출을 위한 내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감독 기관의 핵심 분석 조직이 기관장 개인의 '정치 컨설턴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금융감독기관의 운영 취지와 조직 운영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상황분석팀은 '금융감독원 조직관리규정'에 따라 금융회사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금융산업 발전 저해요인을 발굴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해당 문건에는 "패션도 정치다. 티셔츠에 담긴 메시지"라는 제목 아래 "원장님 외부행사 시에 티셔츠 문구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안을 활용 가능"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금융 정책이나 감독 기능과는 무관한 내용으로, 사실상 기관장 개인의 이미지 전략에 대한 자문 형태로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산업 분석 대신 기관장 개인의 대외 활동과 패션 메시지 전략을 다룬 보고서를 금융상황분석팀이 작성했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 일탈이자 조직 사유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앞서 지난 21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와 관련된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는 "금융상황분석팀이 과거 금감원 정보팀의 이름만 바뀐 조직으로, 원장의 지시에 따라 불필요한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며, 금융정보분석팀의 존재 목적과 운영 실태에 대한 전면 재점검 필요성이 언급되었다. 이는 금융상황분석팀이 제 기능을 벗어나 조직적으로 원장 중심의 활동을 수행해 왔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금융감독원 조직도를 살펴보면, 금융상황분석팀은 팀장을 제외한 전 직원의 직무가 모두 ‘금융 관련 동향 수집 및 분석’으로만 기재되어 있다. 다른 부서들이 개인별로 구체적인 담당 영역이 명시되어 있거나 팀 내에서도 업무 구분이 명확한 것과 달리, 금융상황분석팀만 유독 구성원 전체가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불투명한 업무 구조 때문에 과거 검찰 내부에서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렸으나 정치적 중립성 논란 끝에 폐지된 범죄정보기획관실(범정)과 유사하게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 의원은 "금융 현안 분석 조직이 기관장 개인의 홍보와 이미지 관리에 동원되었다면 금융감독원의 근간을 훼손한 행위"라며 "금융상황분석팀이 언제부터 이런 문건을 작성하게 되었는지, 또 그동안 어떤 보고서와 활동을 해왔는지 전반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상황분석팀이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영역에 관여해 왔다면, 그 범위와 책임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금융감독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및 직무 범위 일탈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금융상황분석팀이 금융회사 현안과 산업 분석 대신 기관장 개인의 이미지 관리 문건을 작성했다면, 이는 금융감독원의 신뢰 기반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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