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1위 제주항공이 경영난에 시달리던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서 항공업 시장 재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픽사베이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1위 제주항공이 경영난에 시달리던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서 항공업 시장 재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노선 수요 급감과 경쟁 심화로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도 업황 악화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스타항공 외의 다른 LCC가 추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전날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인수 대상은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 지분율은 51.17%다. 매각예정대금은 약 695억원이다.

제주항공은 오는 26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이스타항공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31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국토교통부 승인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등을 거쳐 인수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제주항공 업계 지위 강화하고 이스타 자금 수혈로 숨통

이번 매각으로 제주항공은 LCC 1위 지위를 한층 강화하게 된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제주항공은 국제선 탑승객 시장 점유율 9.4%로 LCC 1위, 항공업 전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5위 이스타항공은 현재 보잉 737맥스 2대를 포함해 총 23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고 국제선 34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이스타항공 인수를 완료하면 제주항공은 총 68대 항공기를 보유하고 티웨이항공(28대), 진에어(26대)를 압도적 규모로 따돌리고 단거리 노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전망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로 제주항공은 LCC 중에서 압도적인 규모를 보유하게 되고 향후 항공사 경쟁구도 재편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며 "중복노선 제거, 비용 절감과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한 수익성 개선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스타항공은 이번 매각으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다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지며 지난 10월부터 매각설이 끊이지 않아왔다. 이번 매각으로 인한 신주 발행에 따라 자금 수혈이 이뤄지면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황 악화 심화에 에어부산 등 추가 매물 가능성 '솔솔'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이 항공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황 악화에 따른실적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적항공사 8개는 올해 2분기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고 3분기에도 대한항공을 빼고 모두 적자를 이어갔다. 4분기에도 대한항공을 제외하고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돼 올해 연간 적자가 유력시되고 있다. 수익성이 좋은 일본 노선 수요 급감과 대체노선으로 개발한 동남아 노선에 대한 과당경쟁이 벌어진 결과다.

이에 에어부산 등이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에어부산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아시아나항공 계열사로 매각이 완료되면 HDC그룹으로 편입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완료하면 지배구조는 HDC(지주사)-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6개 자회사가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2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은 6개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2년 이내에 보유 지분을 처리해야 한다.

즉,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아시나아항공은 에어부산의 나머지 지분(55.8%)을 사들이거나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매각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에어부산이 매물로 나오면 눈독을 들일 사업자가 다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어부산은 김해공항을 거점으로 부산·울산·경남 지역 항공수요를 장악하고 있다. 최근 서울 진출에도 성공해 인천공항 슬롯도 확보하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 200억~300억원대를 기록하는 알짜회사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티웨이항공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매각, M&A(인수·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 업황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가 업계 재편의 적기"라며 "가치 있는 매물이 나오면 적시에 인수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개별 항공사가 아니라 업계 전체가 어려운 상황인 가운데, 항공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은데 금융투자시장에서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지 않아 돈을 빌리기도 쉽지 않다"며 "지금 상황을 보면 대기업이나 자금력이 있는 기업만 항공업을 하라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그래서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계속 도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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