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어에 이어 반도체까지 전자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에 따라 전자업계도 이동 최소화,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고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독려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와 확진자와 접촉한 우려가 있는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업계가 혼란에 휩싸였다.

▲ LG디스플레이·LG이노텍·삼성전자 추가 확진자 발생 "곳곳 사업장 폐쇄"

2일 업계에 따르면 확진 환자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곳곳에서 사업장 폐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LG이노텍이 경북 구미 사업장에 지난 1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옴에 따라 해당 공장 전체를 폐쇄하고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사업장 방역 후 보건 당국과 협의해 안전하다고 판단될 경우 오는 3일 정상 가동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직원을 조사 중에 있다. 폐쇄된 공장은 카메라 모듈 생산라인으로 주말 동안은 가동률이 낮은 편이어서 하루 정도의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LG디스플레이도 구미사업장 1단지 복지동 근무 은행 직원이 지난달 2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방역을 진행한 이후 2일까지 중소형 패널 모듈 공장 일부를 폐쇄하기로 했다.

또 LG전자 인천사업장 연구동도 지난달 24일까지 폐쇄조치됐다. 이 사업장 직원의 대구 거주 유치원생 자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다.

삼성전자도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서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 구미 사업장에서 확진자가 추가 발생한 데 이어 기흥 반도체(파운드리) 사업장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과 기흥 반도체 사업장에서 지난달 29일 코로나19 확진자가 각각 1명씩 추가로 발생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경북 구미2사업장 무선사업부 직원과 경기 기흥사업장 협력업체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구미 2사업장 직원은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은 직후 해당 직원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로 삼성전자는 지난 1일 구미 2사업장 전체를 폐쇄하고 방역작업을 실시했고 해당 직원이 근무한 층에 대해서는 오는 3일 오전까지 폐쇄할 방침이다.

같은날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를 주로 담당하는 기흥사업장도 구내식당 협력업체 직원 1명도 확진 판정을 받자 삼성전자는 구내식당을 폐쇄하고 오는 3일부터 다시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다.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은 자가격리 조치했으며 접촉자들을 추가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 중으로 생산에는 차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는 구내식당 전 처리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 반도체 생산시설과 무관하고 사업장 내 임직원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았다.

지난 28일에도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네트워크사업부) 직원도 1차 확진 판정을 받았고 현재 2차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2일 무선사업부 소속으로 구미2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아 25일까지 일부 공장을 폐쇄함에 따라 3일간 스마트폰 생산이 중단된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대구 확진자와 접촉한 신입사원이 나와 이천캠퍼스의 일부 시설을 폐쇄하고 임직원 800여명을 자가격리 조치한 바 있다.

특히 반도체 공장들은 초긴장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만약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출 경우는 피해 규모가 막대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확진자가 발생해 반도체 공장이 가동 중단된다면 그 피해는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예상된다. 하루만 가동이 중단되도 피해 규모가 약 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여 정전이 난 사고로 수백액원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장은 전 라인이 '클린룸'으로 직원들이 방진복, 방진모, 마스크, 이중 장갑 등을 착용하고 보호장치를 통해 바이러스 전파를 통제하기 때문에 반도체 공장 셧다운은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계가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했음에도 사업장에서 확진자가 추가로 계속 나오는 등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면서 "국내 확진자 증가세가 사그라들때 까지 사업장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외부출입 통제·재택근무 확산등 선제적 대응 "사실상 비상체제"

LG그룹은 임산부 직원의 경우 필요기간 동안 재택 근무토록 했으며, 유치원∙어린이집 휴원, 개학 연기 등으로 유치원 및 초등학교 자녀 육아를 위해 재택근무가 필요한 직원들도 재택근무를 하도록 조치했다.

아울러 출퇴근 혼잡 시간에 대중교통 이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 8시간 근무 시간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하되 출퇴근 시간을 당기거나 늦출 수 있는 '플렉시블 출퇴근제'를 적극 권장하기로 했다.

또 임직원들이 식사를 분산해 할 수 있도록 전 사업장의 사내 운영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LG전자의 경우, 전 사업장에서 외부 방문객의 출입을 금지하고 임직원들의 사업장 간 출장을 금지하도록 했다. 또 재택근무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외부에서 클라우드에 원활히 접속되도록 관련 장비와 네트워크 점검을 강화한다.

LG디스플레이는 자체 제작한 자가진단 모바일 앱(APP)을 임직원에게 배포해, 발열, 기침 등 건강이상이나 확진자 및 의심자 접촉 여부 등을 1일 1회 필수 입력하도록 조치했다.

LG그룹은 또 연례적으로 미국에서 수백 명이 모여 만찬을 포함해 장시간 진행하는 이공계 석박사 유학생 채용 설명 행사 'LG 테크 콘퍼런스'를 참석자 안전을 위해 취소키로 했다. LG그룹은 향후 국내외 LG 테크 콘퍼런스 행사를 그룹 차원이 아닌 계열사 특성에 맞게 실행하는 방안으로 전환토록 할 계획이다.

삼성그룹도 임부와 산부 모두에 재택근무를 취하도록 했다. 또 각 계열사별로 꾸려진 TF를 중심으로 임직원들의 국내외 출장을 자제하고, 재택근무를 지시하는 등 임직원 건강 관리에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출퇴근 버스 탑승, 건물 출입, 회의 진행 등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공간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구미-수원 사업장 셔틀버스를 비롯한 일부 사업장 간 이동수단을 중단했고, 대구·경북 지역 출장 자제도 권고했다. 단체 회식과 집합 교육도 대부분 취소했다.

SK하이닉스도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 따른 근무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임직원들에 회의 및 접촉 최소화, 참석자 명단 관리 등 지침을 내렸다. 특히 직원 가운데 임신부 300여명에게는 다음 달 8일까지 2주간 특별휴가를 부여한다.

일반 직원들에겐 유연근무, 연중·연차 휴가 사용, 가족돌봄 휴가 사용 등을 권장하고 있다.

이밖에 SK하이닉스는 공유좌석제를 중단했으며 구내식당에서 감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운영 시간을 연장하는 등 추가 조치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산업계의 피해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업체마다 비상체제에 돌입,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어서 향후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