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한 가운데 이 사태가 올해 국내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거라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실물 경제 지표에 본격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이 과거 사스나 메르스 때보다 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타 국가에도 확산되면서 중국경제뿐만 아니라 국내 실물경제에 직·간접적 영향이 파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은은 코로나19가 올해 국내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꼽았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코로나19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우리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 중인 추세"라며 "확산세가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줘서 교역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경로는 내수, 서비스 교역, 재화 교역, 제조업 생산 차질 등 네 가지다. 특히 외국인관광객 수(서비스 수출)와 내국인 국내 소비를 중심으로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가계의 경제활동 위축으로 문화, 여가, 외식 등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국내소비가 상당폭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기업 투자심리와 설비투자 등 내수경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해 서비스수출이 줄어들고 내국인의 해외여행 감소로 서비스수입과 민 간소비가 위축된다. 중국경제가 둔화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재화수출이 감소하고 글로벌 교역의 부진으로 여타 국가로의 재화수출도 영향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내 생산기반 회복이 상당 기간 지연될 경우 이는 글로벌 밸류 체인(GVC)의 교란으로 이어 지면서 국내 제조업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 민간 국내소비도 서비스소비를 중심으로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광, 여가, 음식·숙박, 의료 등의 서 비스 부문 소비가 크게 부진3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재화소비도 오프라인 소매판매를 중심으로 부정 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청이 11일 내놓은 '2020년 2월 고용동향'에서도 감지된다. 이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은 49만2000명으로 여전히 컸지만, 전체 취업자 증가 폭 중에서 14만2000명은 실제로는 일을 하지 않은 일시 휴직자로 파악됐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2월 말 이후에 급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월 고용동향에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력이 완전히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봐야 한다"며 "3월 고용동향부터 코로나19 확산이 고용에 미친 영향이 전면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별로 살펴봐도 음식·숙박업 취업자 증가 폭(전년 동월 대비)이 올해 1월 8만6000명에서 2월에는 1만4000명으로 급락했다. 2월 도매 및 소매업 취업자는 지난해 2월보다 10만6000명 감소했다.
성장률도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물론 해외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마저 어려울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12일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0%로 0.6%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6%로 한차례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이번에 또 다시 낮춘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한국의 성장률을 1.8%에서 1.6%로, 노무라증권은 1.8%에서 1.4%로 각각 낮춰 전망했다.
1%대 초반을 제시한 곳도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한국 성장률을 지난달 2.1%에서 1.6%로 내린 뒤 이번에는 1.1%로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0%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무디스는 지난달 성장률을 1.9%를 제시하더니 이달엔 1.4%로 낮췄고 최악의 경우 0.8%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도 성장률 하향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이다. 이지호 한은 조사총괄팀장은 "(2월에) 경제전망 당시 (코로나19가) 3월 정점 이후 진정될 것으로 봤다"며 "당시 코로나19가 중국과 일부 국가에만 확산할 것으로 전제해 경제전망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시각각 변화 중이라 최근 확산세 처럼 여타 국으로의 확산은 경제전망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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