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로금리 수준으로 금리를 낮췄지만 코스피는 3% 넘게 하락 마감했다. 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금리 인하가 오히려 글로벌 경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인을 주면서 투자심리는 경색됐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6.58포인트(3.19%) 내린 1714.86으로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8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로써 외국인은 8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개인은 9264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외국인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33.99포인트(1.92%) 오른 1805.43으로 개장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밀려 하락 마감했다.
지난주 뉴욕증시가 상승 마감한데다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에 반짝 상승하긴 했지만 연준의 메시지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시장 혼란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연준은 1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하고 700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이번 기준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이다.
연준으로서는 파격적인 시장 안정책을 내놓은 셈이다. 다만 이는 금융시장이나 경제 상황이 당시와 유사하다는 것을 시사하면서 시장 불안을 키운 측면도 있다.
통화정책 효과도 사실상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는 한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에 준하는 상황으로 지금을 평가하고 있다는 행보는 QE의 규모에서도 읽을 수 있다"며 "미국 연준은 금융위기 이후 총 3차례의 양적완화를 단행했는데, 이중에서 가장 헤드라인 상으로 규모가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QE2 당시 6000억달러로 이번 조치는 당시 규모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최종 대부자 기능이 다시 확인됐다는 점에서 투자 심리가 개선될 수도 있다. 이달 까지는 코스피가 저점을 확인하는 움직임을 보이다가 정책 효과가 분명해 지면 반등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너무 빠른 주가 하락으로 충분한 물량이 청산되지 못한 측면도 있고 일부 심리 지표들도 충분히 하락하지 않았다는 문제점도 있다"며 "이달말 쯤 정책 효과가 더 분명해지고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은 완화될 전망으로 시기적으로는 3월 말까지가 저점을 테스트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이제 공은 재정정책으로 넘어갔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이제 급여세 인하를 포함한 감세 조치도 조만간 실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통화정책은 상당 부분 역할을 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GDP의 1% 이상의 재정지출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하반기 경기가 정상 경로로 복귀하는 시점에서 성장세에 탄력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유가가 하락세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증시에 부담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주 최대 산유능력을 증강해 생산량을 대폭 늘리겠다고 선언한 영향으로 이 시각 현재 브렌트유 5월물 가격은 3.43% 내린 배럴당 32.69달러에 형성됐다.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89% 하락한 배럴당 31.1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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