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석유수출국기구)과 산유국 연합체인 OPEC+이 감산에 합의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잡음이 여전하다. 합의가 파기될 수 있는 요소들이 산재하면서 원안대로 감산이 이행될 지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멕시코와 미국이 감산을 보름 앞두고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OPEC+회의를 주도한 사우디 아라비아는 감산 합의 후 5월 원유 공식판매가격(OSP) 발표에서 되레 할인폭을 키우며 불안감을 증폭했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로이터 등 외신과 시장 전문가들은 멕시코와 미국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이 멕시코에 추가 감산 압박을 넣을지가 관건이다.

멕시코는 OPEC+회의 내내 감산 반대를 외치다 막판에 입장을 선회했다. OPEC+은 당초 멕시코에 하루 40만 배럴 감축을 요구했고, 이에 멕시코는 절반도 안되는 하루 10만 배럴 감산 카드를 꺼냈다. 산유국 감산 할당량 중 최저치다.

결국 할당량 부족분인 25만 배럴은 미국이 메꾸기로 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됐지만, 시장에서는 미국이 조만간 압박을 넣을 것으로 예상했다. 어떤 식으로든 멕시코가 감산을 늘리게끔 트럼프가 움직일 것이란 풀이다.

이번 OPEC+ 감산 합의는 사실상 멕시코의 승리라는 평가까지도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아무 조건 없이 할당량을 추가로 짊어질리 없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멕시코에서는 미국이 할당량을 짊어지는 것에 불만이 나온다. 로이터 등 해외 언론은 "멕시코 내에서도 국제사회의 합의에서 벗어날 때엔 그만큼의 대가가 따른다고 보고 있다"며 "트럼프가 멕시코에 값을 치르게 할 것이라는 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결국엔 멕시코가 원래의 감산 할당량을 채우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 미국 및 OPEC+과의 힘겨루기를 멈추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OPEC+ 감산 불발 가능성 대두에는 사우디의 OSP 할인폭 확대도 일조했다. OPEC+ 감산의 최종 지향점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자 함이지만 사우디가 OSP를 낮춰 유가전쟁을 다시 촉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우디가 5월 인도분 OSP를 인하버리면서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사수하기 위해 다른 산유국들도 덩달아 가격을 낮출 움직임이 점쳐지고 있다.

사우디는 아시아 정유사들이 재고 증가와 마진 하락 등을 이유로 원유수출가격 인하를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였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미국에 밀리고 있는 사우디가 다시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고자하는 큰 그림이었을 것이라고 시장은 지적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사우디 국영정유사 아람코가 아시아 OSP를 내리는 것은 다른 산유국을 제치고 아시아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신들도 일제히 "사우디가 OSP 발표를 OPEC+ 회의 일정 이후로 미룬 것에는 OSP를 내려 점유율 확보 효과를 키우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디가 6월 인도분 OSP 발표에서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로 할인폭을 키우면 역대 최대 규모의 감산 합의는 시행 한 달만에 깨질 수 있다는 부연이다.

OPEC+의 감산 합의에도 국제유가는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9.87달러에, 두바이유는 19.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사우디, 러시아 등 OPEC+이 오는 5월부터 2달간 역대 최대 규모인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을 줄이기로 했음에도 배럴당 20달러선이 붕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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