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로금리 시대에 금융사들이 예금고객 유치를 위해 5~6%대 고금리 수신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이들 상품은 우대조건을 꼼꼼히 따져보면 본전도 찾기 힘든 상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은 월 납입금액이 제한돼 있어 실제 수령하는 이자가 기대보다 크지 않고, 우대조건을 갖추기 위한 신용카드 사용 실적이 워낙 커 오히려 적금을 들지 않는 게 이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카드사나 이커머스 업체들과 협업체를 결성하고, 카드 실적을 미끼로 한 고금리 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먼저 우리은행은 현대카드와 손잡고 최고 연 5.7%의 금리를 주는 '우리 매직(Magic) 적금 바이(by) 현대카드' 적금을 내놨다.
이 상품의 월 납입 한도는 최대 50만원으로, 최대 납입액에 최고 금리를 적용한 최대 세후 수령 이자는 15만6722원이다. 하지만 최고 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제휴사인 현대카드를 만기 전월 말까지 600만원 이상 사용해야한다는 우대금리 충족 조건이 붙어있다. 이 상품의 기본금리는 연 1.7%다.
적금 납입액 600만원에 우대금리 조건을 위한 카드사용 실적 600을 더한 1200만원을 사용해야 16만원 정도의 이자를 탈 수 있는 셈이다.
신한은행은 11번가, 신한카드와 협업해 최대 연 3.3%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한11번가 정기예금'을 내놨다.
만기가 3개월로 짧아 단기자금 운영에 적합하지만 가입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300만원에 불과하다. 기본금리는 연 0.8% 수준이고, '11번가 신한카드' 첫 결제 대상 고객이 해당 카드로 11만원 이상 결제 시 만기에 추가로 연 2.2% 리워드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리워드 지급이 아닌 일반 이자로 계산하더라도 이 상품으로 받을 수 있는 최대 세후 이자는 2만938원이다. 3만원도 안되는 이자 혜택을 보기 위해서 지정 카드를 첫 결재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운데다, 카드 금액도 11만원이나 써야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예·적금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도 카드사와 제휴를 맺은 특판 상품을 내놓고 있다.
SBI저축은행과 신한카드는 협업을 통해 최고 연 6.0% 금리를 주는 '사이다뱅크 신한카드 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는 2.1%인데, 신한카드 사용 조건을 충족하면 우대금리 3.9%가 추가돼 총 6.0%의 금리를 받는 구조다.
표면적으로는 높은 금리지만 월 납입 한도는 최대 20만원에 불과하고, 신한카드를 10만원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연 6.0%의 금리를 적용 받아도 1년 후 받을 수 있는 세후 이자는 6만5988원 수준이다. 여기에 신용카드 발급 연회비까지 감안하면 실질 이자는 더 줄어든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들이 출시하는 고금리 상품은 사실 이자 혜택보다 우대조건 달성을 위한 사용실적이 높은 구조로 짜여져있다"며 "기본적으로 우대조건을 달성할 수 있는 생활패턴을 갖고 거나 단순한 저축 목적이 아니라면 혜택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