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사업자 현대HCN 인수전이 본격 시작됐다. KT스카이라이프 등 통신 3사가 모두 본입찰에 뛰어들면서 흥행에도 성공했다. 관심사는 얼마에, 또 누구에게 팔리느냐가 됐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마감한 현대HCN 매각 본입찰에 SK텔레콤, 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가 참여했다. 현대HCN은 오는 24일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해 통보할 예정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CEO들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간담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입찰 참여 방침을 밝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현대HCN을 인수하면) 규모가 커지겠다. 합리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고 구현모 KT 대표는 "현대HCN을 인수하면 도심 지역 영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한 인수 후보는 SK텔레콤과 스카이라이프로 좁혀진다. 우선 SK텔레콤은 유료방송시장에서 점유율 3위(SK브로드밴드-티브로드)로 떨어졌다. 현대HCN 인수를 통해 무선뿐만 아니라 유선에서도 1위 사업자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법인과 현대HCN 합병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위성방송 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는 KT와 별개로 독자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김철수 스카이라이프 대표에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라이프의 유료방송 가입자는 매년 줄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가입자는 415만명이다. 전년 동기(425만명) 대비 10만명이 빠졌다. 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 인수에 뛰어든 건 결국 생존전략 중 하나다.
앞서 스카이라이프는 2018년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다가 국회가 위성방송의 공공성과 KT로부터의 독립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접은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인수에 성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스카이라이프가 독자적으로 나선 것은 그동안 KT가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가입자 확보를 했던 것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라며 "현대HCN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CMB 등 또 다른 케이블TV 인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현대HCN 인수 과정은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방송통신 분야 인수합병(M&A)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간 '관계기관 협의체'를 구성해 심사 진행상황 및 일정 등을 공유한다. 또 심사계획 사전공개, 사안별 사전동의 심사 간소화‧효율화를 통해 심사기간 단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정부의 M&A 심사가 매번 길어지면서 사업의 예측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불만이 높았다. 유료방송사업자 M&A를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허가 심사를 받아야 한다.
각 부처마다 개별 심사를 진행하고 순차적으로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길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SK브로드밴드, 티브로드 합병 모두 사전심사 요청 후부터 9~10개월이 걸렸다. 정부가 M&A 간소화를 약속한 이유이다.
현대HCN을 누가 품느냐에 따라 유료방송 점유율 순위에도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KT(KT스카이라이프 포함) 31.52%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포함) 24.91%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포함) 24.17% △딜라이브 5.98% △CMB 4.58% △현대HCN 3.95%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