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일 하나손해보험 출범식 전경ⓒ하나손해보험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표방한 하나손해보험이 가장 먼저 내놓은 상품은 유병자·고령자도 가입 가능한 초간편보험이었다. 최근의 보험가입 수요에 부합하지만 디지털 역량이 필요한 상품은 아니어서 안전한 선택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더케이손해보험에서 하나금융그룹 계열 손보사로 새 출발한 하나손해보험은 같은달 '하나로든든한1Q건강보험'을 출시했다. 더케이손보 때에는 '3·2·5고지' 방식의 간편보험만 있었지만, 이를 더욱 축약해 5년 이내 암, 뇌졸중증(뇌출혈, 뇌경색), 협심증 또는 심근경색증 진단·입원·수술 여부 하나만 묻는 초간편보험을 선보인 것.

공격적으로 보장을 설계한 점이 눈에 띈다. 뇌혈관질환과 허혈성심장질환의 진단·수술비를 300만원까지 보장하는데 이는 초간편보험 중에선 업계 최고 수준의 한도로 평가된다. 보장범위가 넓은 뇌혈관과 심혈관은 '2대 진단비'로 꼽힌다.

초간편보험은 보험사들의 전략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보험시장의 포화로 인해 젊고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은 한계에 봉착했다. 이에 유병자·고령자로 인수 대상군을 넓히면서 최소한의 손해율 방어를 위한 입원 이력만을 묻는 방식의 초간편보험이 활성화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7월 한달 동안 1만2258건, 8억4000만원 규모의 판매 실적을 거둔 바 있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삼성화재는 뇌혈관·허혈성진단비를 2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 초간편플랜을 운영하기도 했으나 이는 판매를 마감했다. 올해 들어서도 대형사인 한화생명을 비롯해 중형사인 흥국생명, ABL생명도 신상품을 선보이는 등 경쟁이 활발하다.

하나손보의 신상품은 DB손보의 '1Q초간편건강보험' 등 타사 상품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보장이어서 판매채널 운용에 따라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더케이손보에 비해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하나손보의 이름을 알리는 '마수걸이 상품'으로 보인다.

특히 하나금융 고유의 상품브랜드인 '1Q'와 동명(同名)인 1Q(Question) 초간편보험을 첫 상품으로 선택한 것도 전략적인 행보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나금융이 가진 브랜드 인지도를 용이하게 연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원래 쓰고 있는 브랜드와 초간편보험의 이름이 같다는 이점이 있으니 전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안성맞춤인 브랜딩"이라며 "하나금융지주의 하나은행이 인지도가 있으니 '하나은행이 원큐를 쓰고 있는데, 더케이도 하나금융에 들어오면서 원큐보험을 했다'는 식으로 설계사들이 얘기하기가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다만 '디지털 기반 종합 손해보험사'를 표방하고 태어난 보험사인 하나손보의 초간편보험은 그런 기대에 부합하는 상품은 아니다. 보험사의 신상품은 출시와 함께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방식이 통상적인데, 이번 상품은 보도자료로 공개되진 않았다. 장기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하나손보가 디지털 보험사를 표방했더라도 고객들에게 인지도를 쌓아야하니 처음부터 디지털 손보사가 되긴 힘들다"며 "보유하고 있는 조직들을 활용해 대면부터 시작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행보를 한 다음에 디지털 보험사로 가는게 맞다"고 부연했다.

아직 더케이손보의 '레거시'(legacy·유산)가 더 많은 하나손보로서는 현 상황에서 초간편보험이 인지도 확대는 물론 매출 측면에서도 크게 부합하는 실리적인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하나손보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본부를 신설하고 청사진을 실행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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