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역대 최장 기간 기록을 경신한 장마의 영향으로 제습기 시장이 비약적 성장을 이뤄냈다. 제습기는 그동안 여름 시즌제품으로만 여겨졌으나,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족' 증가와 8월 중순까지 이어진 장마의 영향에 따른 수요 증대가 판매량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성장이 주춤하던 제습기의 판매량이 올 여름 기간 크게 늘었다.
지난 2013년 총 130만대까지 규모를 키웠던 제습기 시장은 최근 몇 년간 마른 장마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20만대 수준까지 쪼그라든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역대급 장마 변수에 유통·중기업계는 '습기와의 전쟁'을 선포, 소비자들의 불편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집안 습도를 낮춰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거나, 습기로 인한 세균 번식 등 추가 피해를 막도록 돕는 제습기 제품들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에 의하면 제습기 매출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04.3% 증가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옥션 역시 최근 한 달(7월 10일~8월 9일)간 제습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114% 급증했다.
집중호우가 이어졌던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의 일주일간 제습기 판매량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G마켓은 472%, 이마트는 211% 각각 증가한 바 있다.
SSG의 닷컴의 7월 제습기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62%, 6월 대비 132% 상승했다. 전자랜드는 7월 한 달간 제습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지난 6일 신일전자의 대용량 제습기(23리터) 판매 방송을 진행, 완판을 넘어 조기매진을 기록했다. 방송 전 롯데홈쇼핑 온라인 몰과 앱을 통해 진행된 미리주문에도 판매가 폭주했으며, 방송 시작 43분 만에 준비한 물량(약 2700여대)이 전부 매진됐다.
신일전자 측은 "1월부터 7월까지 제습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8% 증가했다"며 "긴 장마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집콕 문화로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제습기 판매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88데이'를 진행, 장마 콘셉트관을 운영하며 '위니아 8L 제습기'를 판매한 위메프 또한 유의미한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장마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불편이 이어지면서 △신발살균건조기(146%) △의류 건조기(59%) △식기세척건조기(80%) 등 습기를 없애는 생활가전 제품군의 매출이 옥션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일각에서는 제습기를 공기청정기, 건조기, 의류관리기로 대표되는 신가전 인기 흐름과 궤를 함께하는 제품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 구매 패턴이 필수가전뿐만 아니라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가전에도 비용을 아끼지 않는 방향으로 변하면서다. 제습기는 전에 없던 새로운 품목은 아니지만, 최근 변수로 재조명 받으면서 신가전 반열에 들어갈 조짐을 보인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점이 제습기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인다"며 "집안 청결과 위생에 보다 각별히 신경을 쓰는 소비자들로 인해 신가전에 포함된 제습기 수요 증대와 판매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