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학개미' 여파로 증시가 활황장임에도 펀드 시장은 침체일로를 겪고 있다. 하지만 ESG 펀드는 예외다. 매출과 윤리적 요소까지 갖춘 ESG 펀드는 심각한 기후변화를 계기로 재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업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가 투자자 선택 기준으로 발돋움하면서 글로벌 전반에서는 ESG 기업에 대한 투자가 트렌드로 정착됐다. 정부도 한국판 뉴딜 일환으로 ESG 투자 확대를 유도 중인 현재 소비자들도 긴 장마와 폭염을 경험하면서 투자 일환으로 ESG 펀드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13일 '녹색금융 추진TF 첫 회의' 개최를 통해 ESG 기업에 대한 투자확대를 금융지주사들에 당부했다. 이 결과 하나금융지주 한국판 뉴딜 금융 프로젝트(10조원), 우리금융지주 한국판 뉴딜 지원(10조원) 계획이 도출됐고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그룹도 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준비 중이다.
ESG에 대한 투자는 세계적 대세로 자리잡았다. 전세계 ESG 투자규모는 2012년 13조3000억달러에서 2018년 30조6830억달러로 2배 이상 뛰어올랐다.
펀드 상품에 대한 투자도 급증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글로벌 ESG 펀드 규모는 사상 처음 1조달러(약 1190조원)에 진입했다. 지난 2분기(4~6월) ESG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711억달러(약 85조원)에 달한다.
주식형 펀드에서 ESG 펀드로 갈아타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펀즈 유럽(funds europe)지에 따르면 지난 7월 세계적으로 주식형 펀드에서 2억4000만 파운드(한화 3777억4080만원) 가량 유출됐지만 ESG 펀드의 경우 3억6200만 파운드(한화 5674억5221만원) 가량 유입됐다.
투자 전문매체인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년 동안 글로벌 펀드에 유입되는 자금의 3분의 1이 ESG 투자에 집중된 가운데 6월과 7월에는 이 비율이 절반 이상으로 불어났다"고 진단했다.
ESG가 국제적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해당 펀드 출시도 분주해지고 있다. 금융정보제공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RI(사회책임투자) 운용 펀드는 지난해말 31개에서 12일 기준 41개로 증가했다. 설정액도 3184억원에서 3682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슈로더글로벌지속가능성장주증권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을 포함해 ‘미래에셋지속가능ESG채권증권투자신탁(채권)’이 출시된 가운데 NH아문디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ESG 펀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생존, 성장하기 위해선 투자자로부터 지속적으로 선택받아야 하는데 경영 화두 중 하나인 ESG를 투자자들이 금융 선택 기준이 되어 가고 있다"면서 "DLF와 라임 사태로 펀드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 가치판단을 제공하는 ESG의 경우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는 국민연금 중심 ESG 투자는 아직 초기단계이며, ESG펀드 순자산 규모는 약 3900억원(2020년 2월 기준)으로 아직 글로벌 수준과는 거리가 있어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ESG 수준이 높은 기업을 판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도 마련되지 않아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ESG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익창출 역량에 더해서 비재무적인 윤리적 평가까지 살펴볼 수 있는 기준을 시장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