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 기사 4000여 명이 다음 주부터 과로를 이유로 분류 작업을 거부하기로 했다.ⓒ연합

택배 기사 4000여 명이 다음 주부터 과로를 이유로 분류 작업을 거부하기로 했다. 정부와 택배사는 하루 평균 1만명의 인력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일지를 고심하고 있다.

18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전국택배연대가 노조원 4000여 명 투표에 95%의 찬성률로 다음 주 월요일인 21일부터 분류작업을 거부하기로 했다. 하루 13~16시간 중 절반을 분류작업 업무에 매달리면서도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하는 데다, 업무 과중으로 택배 기사들이 과로사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는 "분류작업 거부로 추석 택배배송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지만 더 이상 과로로 쓰러지는 택배노동자는 없어야 한다는 심정을 이해해주길 부탁한다"면서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배송하기 위해 분류작업을 거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택배 물량이 꾸준히 늘고 있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생활물류 택배물동량'에 따르면 올해 6월 택배 물동량은 2억9300여개로 지난해 같은 달(2억1500여개)과 비교해 36.3% 증가했다.

늘어난 물류량에 비해 택배기사는 최근 3년간 연평균 5.6%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택배기사 수가 택배물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올해 택배기사 1인당 월평균 처리물량은 5000여건으로 택배기사 한명이 하루에 250여건을 처리한 셈이다.

추석 연휴 배송 차질을 막기 위해 정부와 업계 측이 대응책을 내놨다. 우선 추석 성수기인 다음 달 16일까지 주요 택배 회사 터미널 등에 분류인력과 차량 배송 지원 인력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하루 평균 1만 명의 인력이 현장에 더 배치하는 셈이다.

또 택배 근로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 밤늦게까지 배송이 이뤄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근로자가 원할 경우 물량이나 배송구역도 조정할 방침이다.

전국택배연대 측은 이 같은 안을 놓고 논의 중이지만, 부정적인 기류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석을 앞둔 택배 운송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분류작업 거부를 선언한 4000여 명은 전체 택배 노동자의 10% 수준으로, 신선식품 등 빠른 배송이 필요한 제품을 중심으로 일부 배달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자체 배송망이 구축돼 있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쿠팡 등 대형 유통사는 정상적으로 배달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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