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들의 대출 속도 조절이 이미 효과를 내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이 이달에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연합

은행들의 대출 속도 조절이 효과를 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이달에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시중금리가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명목으로 한 금리 올리기이다. 저금리로 악화된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진 챙기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자연스레 나온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우대금리 인하, 금리인상 등 신용대출 심사 강화에 나선 은행들이 이달에도 주요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추가 인상할 계획이다. 지난달 은행의 자체적인 조치에 신용대출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추가 규제에 나서는 것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26조3868억원이다. 전월 대비 증가액은 6월 말 2조8374억원, 7월 말 2조6810억원, 8월 말 4조705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에는 2조112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전히 2조원대 증가세지만 8월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꺾인 수준이다. 은행 개인신용대출 증가세가 줄어든 데는 은행들의 의도적인 대출 속도 조절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은행들은 주요 신용대출 금리를 0.4~0.7%포인트 인상했다. 일부은행에서는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줄이고 우대금리를 0.2~0.3% 가량 낮췄다. 그만큼 대출 금리는 올라갔다.

금리 인상 외에도 일선 영업점에서 활용되던 지점장 우대금리나 비대면 신청 시 받게 되는 우대금리 정책들도 삭제했다. 여기에 200∼270%에 이르던 특수직(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포함)의 소득대비 신용대출 한도 축소와 마이너스통장 만기 연장 시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이런 상황에 일부 은행들은 이달에도 우대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신용대출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다. 은행권은 이 같은 추가 조치에 따라 신용대출 금리가 0.1~0.2%포인트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들의 대출 정책은 최근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급증에 대한 자율적 관리 요구에 따른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저금리 시대에 떨어진 수익을 보전하기 위한 마진 확보 차원 성격이 더 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은행권 8월 중 예금은행의 신규 예대금리차는 1.82%포인트로 전월 대비 0.06%포인트 하락하면서 7월의 상승 폭(0.05%포인트)을 반납했다. 이는 대출금리 하락세가 이어진 반면 수신금리는 6~7월 큰 폭으로 하락한 이후 추가 하락이 제한된 영향이다.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지난 2분기 1.73%포인트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의 총대출에서 저축성수신을 뺀 것으로 예대마진을 말한다.

시장에서는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3분기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역으로 은행권이 최대한 마진을 챙겨서 수익하락을 방어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통상 은행업계에서는 적정 예대마진을 3%포인트 정도 보는데 현재 예대마진은(1.82%) 적정 절반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수지에 유의미한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2.05%포인트로 하락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3분기 은행권 순이자마진도 3~4bp 하락할 예상이지만, 시장금리의 추가 하락이 제한되고 있어 4분기에는 안정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대출금리 가운데서는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금리가 동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가계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는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최근 과도한 신용대출 증가세 억제 조치의 일환으로 신용대출 또한 가산금리 상승 조치가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향후 가계대출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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