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화폐(가상자산)거래소들이 내년 3월 시행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에 대비해 전통 금융사 출신의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활발한 인재 영입을 통해 금융권 수준의 보안 구축과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소 플라이빗은 지난달 준법지원부 소속으로 최왕도 부장을 영입했다.
최 부장은 지난 16년간 홍콩상하이은행과 하나금융티아이, 하나생명보험, 홍콩상하이증권 등에서 근무한 인물이다. 국내외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법규와 관련한 전문지식과 실무 경험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자금세탁방지 전문가로서 지난 2013년 자금세탁방지의 날 금융위원회 위원장 표창 수상 경력이 있다.
현재 최 부장은 플라이빗에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사항 및 특금법에 근거한 자금세탁방지 내부통제체계 구축과 운영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플라이빗 관계자는 "그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고객확인 시스템과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합리적으로 기획하고, 체계적으로 추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또한 그는 자금세탁방지 임직원 교육 경험이 풍부하고 핀테크와 암호화폐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유한 만큼 감독당국 검사 시 즉각적인 사내 대응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플라이빗은 지난 6월 사업개발부 소속으로 이소희 이사를 영입, 특금법을 전후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이소희 이사는 지난 2003년 코메르츠은행(Commerz Bank) 런던 지사에서 트레이더로 입사한 이후 JP모건(JP Morgan) 런던 지사와 필드스톤 캐피탈 뉴욕 본사, KB증권 해외영업부,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등에서 근무한 바 있다.
다른 거래소들 역시 인재 영입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융권 출신의 인재를 채용하기 시작하면서 특금법 시행을 장기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코인원으로 합류한 이보경 최고전략책임자(CSO)은 지난 30년간 증권업계에 몸 담은 베테랑이다. 지난 1987년 쌍용투자증권 입사 이후 삼성증권 상품운용 상무이사, 데일리금융그룹 전무이사, 펀드온라인코리아 부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이보경 CSO는 과거 삼성증권 재직 당시 '자문형랩' 상품을 도입하면서 자본시장 내 붐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
코인원 관계자는 "코인원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금융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전통 증권사에서 오랫동안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전문가를 모셔온 것 또한 그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외에도 한빗코는 지난해 10월 NH선물을 거쳐 유진투자선물에서 이사로 근무한 바 있는 최호창 전무를 준법감시인으로 영입한 바 있다.
▲특금법 계기로 제도권 편입…"제1금융권 출신 노하우 필요"
가상자산거래소들이 비싼 몸값을 지불하면서까지 제1금융권 출신 영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어느때보다 그들의 실전 경험과 노하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들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고객신원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획득 및 운영 △실명계좌 발급 의무 등을 준수해야 한다.
더욱이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가이드라인에 따라 향후 거래소의 보안 수준을 제1금융권 수준까지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 되면 진정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최소 150개 이상인 것으로 파악 되는데, 내년 3월부터는 10여개 정도의 거래소만이 활동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한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내년 특금법을 앞두고 제1금융권에서의 업무 경험이 많은 전통금융사 출신을 선호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중소 거래소들에게 채용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어느때보다 신중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