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준금리가 석 달째 동결됐다. 역대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기에는 가계부채 급증 같은 부작용이 부담되고, 그렇다고 실물 경기가 악화하는 상황에 금리를 올릴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외국인 자본 유출 확대 가능성에 더해서 한계기업이 증가하는 등 초저금리 장기화의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끝내고 금리를 인상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0%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50%로 내린 후 다섯 달 째 현 수준으로 유지해 왔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 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성장경로 불확실성은 높다"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8월 전망치(-1.3%)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확대됐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를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이는 집값 상승에 대한 고민으로, 가계부채 급증을 우려해 금리를 추가 인하 하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글로벌 거시경제지표 분석기관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길게는 내년 말까지 연 0.50% 금리를 유지할 전망이며, 2022년부터는 금리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값 과열을 막고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 필요성이 거론되는 데다 외국인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투자가들이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에서 순매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8월중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자금은 8억9000만달러 빠져나가 7월 13억9000만달러 순유입됐다가 한 달 만에 순유출로 돌아섰다. 외국인 채권자금은 6억7000만달러 순유입되며 1월 이후 8개월째 순유입세를 지속했으나 전월(30억1000만달러)에 비해 유입 규모가 크게 축소된 것이다.

채권시장도 매도세다. 9월중 외국인은 8조3570억원 어치의 상장채권을 매수했으나, 만기상환 물량이 사상최대인 8조3880억원을 기록하며 310억원 순회수로 전환됐다. 9월까지 외국인의 채권 보유액은 전월대비 200억원 늘어난 약 151조원으로 상장잔액의 7.5%를 보유하고 있다.
들썩이는 물가도 인상 압력을 키우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태풍·장마 등의 영향으로 농축수산물가격 오름세가 크게 확대되며 1%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금통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인플레이션율은 국제유가 하락 지속, 수요측면에서의 낮은 물가상승압력 등으로 낮아져 당분간 0%대 초중반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봤다.
초저금리에 대한 부작용이 점점 더 몸집을 키우는 것도 금리 조정을 자극시키고 있다. 대표적 부작용은 자산시장 쏠림현상이다.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경제주체들이 주식ㆍ부동산에만 투자하며 가격을 올리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도 전 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은 11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대출, 이자유예 등 계속되는 금융지원정책으로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계기업의 비중이 20%를 넘어서 지난해(14.8%)보다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계기업은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을 뜻하는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다만, 한은이 추가 금리 (상승)조정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금통위도 기준금리 대신 국채매입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예정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 시점을 봐도 내년까지는 어렵다"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오는 2022년까지 동결을 선언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장기간 금리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한은이 나서기 어렵다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