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1월 말 임기가 끝나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의 후임으로 전직 장관과 국회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금융권 분위기가 어수선한 만큼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발언하고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힘 있는 회장'이 필요하다며 벌써부터 후보 평가에 들어간 모습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 추천을 논의하는 킥오프 회의를 개최한다. 이사회는 4대 은행, 특수은행, 지방은행 등 10개 회원사 은행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는 이날 회의를 시작으로 다음달까지 여러 차례 회의를 개최한 후 차기 회장 후보군을 좁힌다. 이후 최종 후보를 선정해 총회에 올리면 투표를 거쳐 차기 회장이 확정된다. 후보군 선정 등 회장 선임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최종 결과만 공개된다. 결과는 현 김태영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달 30일 전 공개될 예정이다.
본격적인 인선작업에 앞서 은행연합회를 비롯한 주요 은행권 관계자들 사이에선 차기 회장이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관료 출신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 은행의 '팔을 비트는' 경우가 많아진 데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및 핀테크(금융기술)와의 '기울어진 운동장' 규제 등으로 '힘센 회장'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미 '관피아'에 대한 거부감은 예년보다 줄었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현재 금융권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장관급 관료 출신인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다.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정부와 정치권에도 충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퇴임한 뒤 지난 8월부터 라이나생명 공익재단 이사장을 맡아 진퇴가 비교적 자유롭다. 최 전 위원장은 행시 25회로, 27회인 은성수 금융위원장보다 선배이기도 하다.
또 다른 유력 후보자로는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꼽힌다. 민 전 의원은19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위원을, 20대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아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된다. 민 전 의원은 3선 의원 출신으로 당내에서도 주류·비주류 의원들과 두루 교류하며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은행권과 정치권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할 인물로도 평가된다.
관료출신이면서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출신인 김용환 전 회장도 후보로 거론된다. 김태영 현 은행연합회장도 NH농협금융 출신이다. 김 회장은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수출입은행장도 역임한 바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권에 여러 현안이 산적한 만큼 정부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중점으로 후보평가를 진행하고 있지만, 금융노조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자질과 능력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은행연합회장은 금융산업을 대표해 금융당국과 수시로 협의하고, 회원사와 함께 금융산업 발전을 논의해야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금융노조의 산별 노사관계 파트너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의 회장으로서 금융노조와 금융노동자의 근로조건 교섭을 수행하고 금융산업 사회적 책임을 선도하는 막중한 자리"라며 이 같이 말했다.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전문성, 현장 경험, 리더십 등 자질과 능력 검토 뿐 아니라 공직자 이해 충돌 문제도 고려돼야 한다는 게 금융노조의 주장이다.
박 위원장은 "금융산업 회원사를 대표하는 만큼 전문성과 금융현장 경험을 갖춰야 함은 물론, 회원사를 설득하고 금융산업 전체를 중재할 수 있는 탁월한 리더십 또한 요구된다.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금융산업 지배구조와 가치 실현에 대한 철학과 노사관 등 윤리성과 사회적 가치 지향성 또한 갖추고 있어야 한다. 금융산업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인선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에 대해 객관적이고 면밀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관료 및 정치권 인사의 이해충돌 방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은 고위공직자가 퇴직일로부터 3년 이내에 퇴직 직전 부서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기업 또는 협회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