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의 추천 사외 이사 선임이 올해도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이어 해외투자자들까지 반대 의견을 내면서다.
KB금융 노조와 우리사주조합는 이 같은 의견에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박에 나서고 있다. 추천 사외 이사 선임제도는 사실상 멀어졌지만, 내부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지분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해외투자자들까지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앞서 ISS가 반대 의견을 내면서다.
ISS는 최근 KB금융그룹 관련 보고서에서 오는 20일 열리는 임시주총의 제3호(윤순진 사외이사 선임안)·제4호(류영재 사외이사 선임안) 안건과 관련,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던지라고 권유했다. 윤 교수와 류 대표는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문가'라며 지난 9월29일 주주 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인사들이다.
보고서에서 따르면 우선 ISS는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전문가 영입이 필요하다는 우리사주조합의 주장에 대해 "KB금융 측이 이미 체계적이고 공정하며 엄격한 절차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는데,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외이사 선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이미 이사회 안에 ESG 전문가가 있고, 현 이사회만으로도 회사의 ESG 경영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사 측의 주장도 덧붙였다.
ISS는 "이(사 측의 설명·주장)에 반해 우리사주조합 측은 현 이사회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 주주추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ISS는 주총 제1호(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내이사 선임안)와 제2호(허인 KB국민은행장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안)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추천 사외이사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찬반 의견은 '반대' 의견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대 주주인 JP모건(지분율 6.4%)도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의결권 자문시장의 65%를 차지하는 ISS는 전 세계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보고서를 냄으로써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KB금융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70%에 육박한 만큼, ISS의 반대 의견 제시로 노조의 KB금융 주총에선 사측이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사 선임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려면 의결권 주식의 4분의1 이상, 참석주주 절반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해외 투자자들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과 노조는 날선 반응을 보이면서 ISS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은 5일 성명을 내고 "ISS 측의 반대 이유는 '현 이사회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를 입증하지 못했고 이사회에 어떤 가치를 더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라는 단 두 줄이 전부"라며 "그 동안의 ISS 입장과 모순된다"고 말했다.
ISS가 안건 분석과 관련해 '소수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아닌 경우 구체적인 이행플랜을 요구하지 않으며, 소수주주가 제안한 후보가 현재의 이사회에 가져올 변화보다 현재의 상태를 개선할 개연성이 있음을 보여주면 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는데, 이와 배치되는 입장이라는 지적이다.
우리사주조합은 "특히 소수주주가 이사회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입증을 해야한다는 것은 소수주주의 제한된 정보와 권한의 제약을 감안할 때 실질적으로는 소수주주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회사측의 주장은 모두 인용하고 소개하면서 주주제안 측 의견은 최소화하고 '노동이사제'를 강조하는 등 분석의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을 뿐만 아니라 후보자 미팅 일정 등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고 의아 하게도 입장을 발표 하고, 반대 이유도 어색하고 모순된 단 두 줄에 불과하는 등 보이지 않는 비정상적인 개입이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상황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연금 등 주요주주는 물론 국내외 다른 의안 분석 기관에 더욱 적극적인 설명과 검토를 요청하는 한편 ISS의 자회사인 ICA(ISS Corporate Service)의 컨설팅이나 자문 등 독립성에 문제가 있 지는 않는지 검증 절차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표명했다.
조합은 KB금융이 'ESG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으며 전문가 없이도 ESG경영을 충분히 잘해오고 있다는 이사회와 ISS의 판단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합은 "지난달 28일 KB금융 이사회가 이사회 구성원을 지칭하며 지배구조 전문가라고 언급했다"며 "그러나 '지배구조 전문가'라고 언급한 사외이사는 KB금융에서 올해 2월 발행한 '2019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서는 '리스크관리 전문가'로 밝히고 있으며 'Board Skills Matrix'에서도 재무 및 리스크관리 전문가로 전문분야를 확대 공시했지만, 갑자기 지배구조 전문가로 둔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합과 노조는 주주가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내려면 추천한 사외이사에 대한 결격 사유와 문제점을 지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조합은 "이사회는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 제도'를 설명하고 '이 절차를 통하지 않은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장은 법령에 의거한 주주로서의 제안마저 이사회가 부정하는 초법적인 발상이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려는 우려가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한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러한 문제제기에도 또 다시 '자신들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만을 강조하였는데 최소한 주주가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내려면 그들만의 절차와 심사기준을 알 수는 없지만 그러한 기준에 의해서라도 무엇이(어떤 부분이) 미흡한 것인지를 밝히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합은 임시 주주총회 개최 공시와 이사회의 주주제안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결권 권유 대리 공시가 선행된 만큼 우리사주조합에서도 찬성 의결권 권유 대리를 공시하고 이사회의 논리를 반박하는 적극적인 주주 설득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