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자동차의 올 뉴 렉스턴이 출시되면서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가 독주하다시피하고 있는 대형 SUV 시장이 다시한번 들썩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올 뉴 렉스턴은 지난달 18일 공개된 뒤 본격 출시한 이달 4일까지 3800대의 사전계약이 성사됐다. 지난 11일까지 계약은 총 5500여대를 기록했다.
렉스턴이 성공적인 재기의 신호탄을 쏘면서 소형 SUV 티볼리의 외로운 분투로 버티던 쌍용차가 내수 판매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렉스턴 계약 모델 중 최상위 트림인 ‘더 블랙’은 41%를 차지했으며 중간 트림인 프리스티지가 절반이 조금 넘는 54%를 잡아챘다. 수익성이 높은 모델 위주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쌍용차의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 모델인 G4 렉스턴이 남성성을 강조하다보니 구매층이 남성으로 편중되고 연령층도 다소 높았다. 하지만 올 뉴 렉스턴은 디자인의 변화와 함께 2단계 자율주행이 적용되면서 여성과 젊은층의 구매 비중이 높아졌다. 사전계약 중 여성은 29%로 G4 렉스턴보다 14% 포인트 확대됐다. 30대는 20%, 40대 32%로 30~40대 고객이 절반을 넘어섰다.
G4 렉스턴의 고객들이 50~60대 남성으로 치우쳤던 것과 비교하면 올 뉴 렉스턴은 고객의 확장성 측면에서는 이를 뛰어넘어 성공한 셈이다.
기아자동차 모하비가 독점하던 대형 SUV 시장은 지난 2017년 5월 쌍용차 G4 렉스턴이 나오면서 들썩이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한달간 사전계약만 7500대를 기록하면서 대형 SUV 시장이 커지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그해 대형 SUV 시장은 연간 9000여대가량 확대된 4만대 규모로 성장했다. 여기에 2018년 12월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2019년 9월 모하비 마스터가 합세하면서 2019년 7만5000여대 규모로, 2년만에 두배가량 성장했다.
하지만 G4 렉스턴과 모하비의 인기가 다소 시들해지면서 현재는 사실상 팰리세이드의 독주체제로 굳어진 모습이다. 팰리세이드는 월 5000~6000대정도가 꾸준히 팔리며 올해 10월까지 5만3116대가 판매됐다.
팰리세이드는 2단계 자율주행 시스템 적용과 함께 대형 SUV임에도 가격대가 3000만원 중반대에서 최고 5000만원 초반대로 고객의 접근성을 낮춘 것이 주효했다.
쿼드 프레임의 전통 SUV의 마초적인 스타일을 강조했던 G4 렉스턴이 출시 초반 뜨거운 관심을 끌었지만 팰리세이드가 나온 뒤 인기가 급랭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자율주행 기능의 미비 때문이다.
올 뉴 렉스턴은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해 팰리세이드와 진검 승부를 벌일 수 있게 됐다.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일반도로까지 확장된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IACC, 긴급제동보조(AEB), 차선이탈경고(LDW), 차선유지보조(LKA) 등의 최첨단 주행편의 장치와 젊어진 디자인, 고급스런 실내 등으로 팰리세이드의 진정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쌍용차가 렉스턴의 가격대를 팰리세이드를 타깃으로 겨냥한 만큼 두 모델의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렉스턴은 최하위트림 가격을 3695만원으로 책정해 팰리세이드 디젤 2.2 최하위보다 26만원 싸게 했다. 중간트림은 4175만원, 최상위 트림은 4975만원으로 책정해 팰리세이드보다 가성비를 높였다.
렉스턴은 안전성과 공간, 레저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G4 렉스턴으로부터 이어진 전통 SUV의 쿼드프레임과 함께 풀 ADAS 시스템, 9 에어백으로 가족의 SUV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3톤의 견인력과 함께 4륜구동, LD로 험로 주행에서도 강인한 면을 드러내 레저활동에서의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SUV 시장은 팰리세이드가 스타일과 가성비, 최첨단 편의사양 등의 상품성 측면에서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잘 나왔다”라며 “유압식 핸들의 G4 렉스턴의 한계를 올 뉴 렉스턴이 벗어던지면서 팰리세이드와 여러모로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 고객들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