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 확산세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에 생계자금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의 자금줄은 하나 둘 끊기고 있다.ⓒ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 확산세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에 생계자금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의 자금줄은 하나 둘 끊기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지원 대출은 벌써 바닥을 보이고, 전일 풀었던 긴급대출은 반나절도 안돼서 동났기 때문이다.

고강도 방역조치에 수익도 벌어들이지 못하는 상황에 정책지원 공백 현상까지 이어지면 소상공인들은 한계차주로 내몰리고 결국,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접수를 받은 '소상공인 2000만원 긴급대출'이 접수 시작 5시간 만에 마감됐다. 이번 긴급대출은 3000억원 규모 한정으로 선착순 신청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소진공 홈페이지는 긴급대출 지원 프로그램 온라인 창구가 열리자마자 접속 과부하로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방역 조치 강화로 자금 융통이 어려워진 소상공인이 급격히 늘어난 상황이 여실히 보여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원 폭은 턱없이 부족했다. 업체당 최대 2000만원이 지원되는 점을 고려했을 경우, 대략 1만5000명~2만명의 소상공인이 자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규모다. 국내 소상공인이 640만명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긴급대출 혜택을 받는 소상공인은 0.2%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 긴급대출은 청년고용특별자금을 포함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자금 집행이 더뎠던 예산 잔액을 긁어모아 마련된 것이어서 당장 추가 지원액을 내놓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는 내년 1월 초에 추가 자금이 오픈되기 때문에 이번에 접수하지 못한 소상공인은 내년 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소상공인들의 자금줄은 말라가고 있다.

실제,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시중은행 이차보전 대출 한도도 거의 다 소진된 상황이다. 이차보전대출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중은행을 통해 공급하는 초저금리 대출 상품이다. 총 한도는 3조5000억원이며 지난 4월1일부터 14개 시중은행에서 판매가 시작됐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이차보전 대출 접수가 마감된 은행은 신한은행, SC제일은행, 하나은행 등 3곳이다. 다른 은행에서도 이차보전대출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의 이차보전대출 소진률은 99.7%, 국민은행은 87%, NH농협은행은 82.4%를 보이고 있다.

정책 지원대출에 밀린 소상공인들은 은행권의 일반대출을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연말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강하게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급)들에게 지난달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한 사실을 지적하며 "10월과 달리 11월 가계대출 관리가 잘되지 않은 것 같다. 당초(9월) 제출한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66조9716억원으로 11월 한 달에만 9조4195억원 급증했다. 이는 10월 증가액(7조6611억원)보다 약 2조원 많은 규모다.

금융당국의 경고와 압박에 은행들은 가계대출 추가 규제를 서두르고 있다. 이미 지난 10월 이후 신용대출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계대출을 조여왔지만, 넘치는 대출 수요를 잡기위해 남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은 당장 이날부터 연말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전세대출 모집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대출 상담사는 카드 모집인과 비슷하게 은행 외부에서 대출 상담창구 역할을 하며 실제 은행과 차주(돈 빌리는 사람)를 연결해주는데, 이들을 통한 대출 신청을 당분간 받지 않겠다는 얘기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오는 11일부터 중단한다. 하나은행도 조만간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대출한도를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상공인은 현재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와 정책 지원 대출로 버티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계업체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며 "재정을 투입해 생존 위협에 처해 있는 소상공인과 기업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당국은 개인사업자 대출 관련 규제 완화 조치를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지난 9일 금융위는 올해 말까지 은행권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산정 시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가중치 하향(100%→85%) 조치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를 내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금난에 허덕이는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많아, 자금지원이 절실하다는 상황은 여전하다. 이 때문에 내년 설 연휴 전에 지급될 예정인 3차 재난지원금과 추가 정책 지원 대출 준비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기부 관계자는 "당장 자금난에 어려움이 겪는 소상공인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긴급대출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와 정부가 내년 예산에 반영한 코로나19 맞춤형 피해지원, 3차 재난지원금 예산 3조원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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