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脫)통신'
지난 11일 KT를 끝으로 국내 통신 3사의 연말 정기인사 및 조직개편이 마무리됐다. 통신 3사는 '통신'이라는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신사업을 강화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한다.
우선 SK텔레콤은 기존 조직들을 AI 중심으로 재편해 AI 빅테크 기업으로 변모한다. 특히 Corp(코퍼레이트)센터는 내년에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초협력을 통해 새로운 글로벌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았다. SK텔레콤은 올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우버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 굵직한 사업 제휴를 성사한 바 있다.
Corp센터는 산하에는 IPO추진담당 등을 신설해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적극 지원한다. SK텔레콤은 원스토어·ADT캡스·11번가·SK브로드밴드·웨이브·티맵모빌리티 IPO를 추진하고 있다. 비통신 영역 사업 확장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017년 취임 때부터 종합 ICT 회사로 키우기 위해 '탈통신'에 주력해 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통신사업(MNO)과 신성장사업(New Biz)을 이원화했다. 기존 통신 사업과 뉴 ICT 사업을 양대 축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이후 뉴 ICT 분야의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 등의 자회사를 상장시켜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다시 새로운 성장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이상 통신만을 본업으로 삼는 기업이 아닌 것이다. SK텔레콤은 사명 변경도 추진하고 있다. 텔레콤을 뺄 계획이다.

KT 역시 더 이상 통신사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KT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국내 대표 통신기업(Telco)에서 세계적 수준의 디지털 플랫폼기업(Digico)으로 변신을 본격화한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서 "KT는 통신기반이 매출 100%였던 회사지만 지금은 대략 40%가 통신이 아닌 곳에서 나온다"며 "올해부터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혁신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KT는 2025년 비통신 매출 10조원을 달성, 통신과 비통신 매출 비중을 5:5로 맞출 방침이다.
지난 10월 선보인 기업 간 거래(B2B)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의 성장을 위해 기존 기업 부문을 '엔터프라이즈 부문'으로 재편했다. KT가 디지털 플랫폼기업으로 변신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AI·DX융합사업부문도 대폭 강화됐다. AI·DX융합사업부문 산하에는 KT랩스를 새롭게 선보인다. KT랩스는 통신이라는 카테고리를 넘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개척자' 역할을 맡는다.
KT는 한국통신(Korea Telecom)의 'T'를 텔레콤으로 한정짓지 않고 있다. 구 대표는 "'T" 해석은 텔레콤이 아닌 테크놀로지 등 좋은 단어로 해석해 달라"고 했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강국현 KT커스터머부문장은 "KT는 'Korea Telecom'이 아닌 'KT'다. T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기존 1개 사업총괄, 4개 부문을 6개 부문으로 재편했다. LG유플러스는 "내년 신규 사업 영역에서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기존 사업에서는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우선 LG유플러스는 스마트 헬스, 보안, 교육, 광고, 콘텐츠, 데이터 사업 등 산재된 사업 조직을 모아 '신규사업추진부문'을 신설한다. B2B 사업 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기업 신사업그룹'도 새로 만들었다. 5G 보급 확산, 정부 주도의 뉴딜 사업 등 추가 사업 기회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LG유플러스는 10년 전인 2010년부터 탈통신을 염두에 두고 사명을 LG텔레콤에서 LG유플러스로 변경했다. LG유플러스는 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케이블TV CJ헬로(현 LG헬로비전)를 인수해 미디어사업 규모를 키웠다.
통신사들이 '통신사' 꼬리표를 떼는 데는 이동통신시장의 정체 때문이다. 선택약정할인(20%에서 25%로 상향) 등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으로 성장이 어려워졌다. 각종 규제도 통신사들의 탈통신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통신사업 외 수익 창출원을 IPTV, OTT 등 미디어 사업에서 찾고 있다"며 "여기에 5G, AI 등에 기반한 B2B 사업에서 성장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