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 폭등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수혜를 보고 있다.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거래를 위한 실명계좌를 트려면 케이뱅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치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케이뱅크는 대출 등 다양한 영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30일 케이뱅크 관계자는 "(신규 고객은)7월 이후 쭉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6월부터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계약을 맺고 실명계좌 입출금 계좌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그간 케이뱅크는 자본금 부족으로 영업에 지장을 겪어 가입자도 이탈하는 문제를 겪었다. 그러다 올 7월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인 BC카드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이 3966억원 자본금 납입을 완료하며 총 자본금 9017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실탄이 확보됐으나 고객기반을 다시 복원하는 것이 숙제였다.
케이뱅크에게 호기가 찾아왔다. 올 11월 말 비트코인은 2017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개당 1만9000달러선을 넘어선 다음 이달 들어 2만 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업비트에 공시된 비트코인 시세는 개당 약 3122만원에 달한다.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코린이'(신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유입되며 상승세가 파죽지세다.
업비트는 총 회원 300만명,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중 거래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거래소다. 업비트로서도 2018년 1월부터 신규 계좌 발급이 중단돼온 터라 핵심 기능인 원화 입금이 제한돼 어려움이 컸다. 올 6월 케이뱅크와 맺은 계약이 '윈윈효과'를 냈다는 평이다. 암호화폐 커뮤니티 및 유튜버 사이에선 케이뱅크 계좌 등록 및 입금 방법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케이뱅크는 이렇게 확보한 고객 기반으로 양적성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9월 2조1060억원, 10월 2조2900억원에서 지난달 2조7100억원을 기록해 지속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신규대출을 급격히 줄이고 있지만 케이뱅크는 금융규제에서 한결 여유롭다.
금융위원회가 신용대출 규제방안 준수 점검을 위해 이달 초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의 여신 담당 임원들과 대면 회의를 진행한 자리에서도 케이뱅크는 제외된 바 있다. 케이뱅크가 개점휴업을 이어온 상황을 금융당국이 참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지난 21일 신용대출 최저금리를 연 2.42%로 0.2%포인트 인상하고,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도 최저 연 2.86%에서 연 2.88%로 0.2%포인트 올리는 식으로 대출을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한도는 여전히 2억5000만원(직장인 신용대출)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어서 대출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올 3분기 자산 총액 3조3000억원, 자본총계 5240억원, 254억원의 적자를 내며 적자 기조를 지속했으나, 대출 및 예금 성장률이 각각 전분기 대비 61.3%, 45.6%를 기록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인 점이 주목된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자산 규모가 BEP(손익분기점)를 위한 수준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인 것이 적자의 주된 원인"이라며 "향후 관건은 BC카드로의 대주주 전환을 기반으로 하는 자산성장 속도의 정상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