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물류사들이 중국에서부터 북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사업에 속도를 낸다. 철길을 통해 화물을 운송함으로써 해상으로 운송할 때보다 시간은 보름가량 단축하고 안전성은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전망은 밝다. 약점이었던 비싼 운임마저 해상 운임과 비등해져 화주를 유치하는 것 또한 과거 대비 수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중국 자회사인 CJ스피덱스는 지난해 12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통해 핀란드-중국 간 화물 직행열차인 블록트레인을 시범운행하는 데 성공했다.
제지 원료인 펄프를 탑재한 길이 40피트의 컨테이너 1개를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자락까지(총 1만1670km) 관통해 옮기는 데 걸린 시간은 19일 남짓이다.
CJ스피덱스는 CJ대한통운과 중국 3대 종합전자회사인 TCL그룹이 합작해 지난 2016년 설립된 종합물류기업이다. 정기 운행 수요가 확보되면 주력인 전기전자제품 운송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말 중국 최대 민영 물류그룹인 창지우와 중국-유럽 철도 운송 전문 브랜드 ‘ECT(Euro China Train)’ 출범했다. ECT는 중국횡단철도(TCR)을 통해 올해 상반기 중으로 운송을 본격화 할 계획이다.
ECT의 최종 목표는 서유럽을 넘어 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까지 육상으로 물류를 운송하는 것이다. 폴란드 동부 국경지대인 말라쉐비체와 북부 항구 도시 그단스크를 연결하는 철도 루트를 구상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에는 독일까지만 육로로 운송하고 이후에는 해상으로 북유럽에 물류를 운송했다. 이 철도 루트가 완성되면 중국부터 북유럽까지 계속 TCR을 이용할 수 있어 운송기간이 4일 단축될 전망이다.
ECT는 완성차와 자동차부품 운송을 주력으로 할 방침이다. 향후 북유럽발 중국 노선도 운행할 계획이어서 잠재 화주들을 지속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 물류사들은 CJ대한통운과 현대글로비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의 성공 여부를 기반으로 유럽 시장으로의 진출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육상 운송 전망에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간 화주들이 오랜 시간이 걸림에도 해상 운송을 이용했던 것은 육상 운송의 비싼 운임 때문인데, 코로나19가 판도를 뒤엎었다.
코로나19로 해상 운임이 6개월 만에 170% 오르면서 3000달러 이상 벌어졌던 해상-육상 간 운임 격차가 최근 좁혀졌다. 지난해 12월 기준 중국에서 유럽으로 40피트 컨테이너 하나를 운송하는데 해상 운임은 1360~4250 달러로 나타났다. 육상 운임은 3800~6000 달러 선으로 제자리 걸음이다.
물류업계는 해상 운임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육상 운송을 이용하는 화주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비슷한 가격이라면 15일만에 도착하는 육상 운송이 훨씬 경쟁력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해상 운송은 30~40일이 소요된다.
육상 운송은 북유럽에서도 선호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서유럽과 북유럽 택배를 운송하는 포스트노드(Postnord)도 육상 운송에 주목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유럽과 아시아 물류 이동의 거점지인 폴란드에 들어온 기업들은 육상운송을 확대, 최근 육상운송 비중을 84%까지 끌어올렸다. 코트라 핀란드 헬싱키무역관은 일찌감치 "우리나라에서 유럽까지 가는 물량은 중국 철로를 이용해 핀란드, 발트해를 통과한 후 독일, 중부유럽 등지로 운송하는 방법이 최적"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핀란드에서 철도를 이용하면 러시아 극동까지 11일, 중국 북경까지 17일 가량만 소요된다"며 "고정 물량이 확보되면 콜드체인 등의 물류 운송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