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가 올해는 우상향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채권 재분류로 RBC비율을 관리해온 보험사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에 특히 민감할 것으로 보는 보험사로 DGB생명과 NH농협생명을 꼽았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보험사 자본이 감소하고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일 기준 국고채 10년 만기 금리는 1.99%로 지난해 말 1.71%보다 28bp(1bp=0.01%)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금리도 1.63%에 거래되는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과 공급 증가로 시장금리는 우상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금리 하락기에 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변경한 보험사들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그간 상당수 보험사는 저금리 기조가 심화한 점을 반영해 매도가능증권을 늘리는 전략을 고수했다. 채권은 매도가능금융자산 또는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분류된다. 현행 회계 기준에 따르면 매도가능금융자산은 시장 가치로, 만기보유자산은 원가로 각각 평가된다.
채권 가격 상승기에 채권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하게 되면 추가 자본 확충 없이도 장부상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자본력 지표인 RBC비율이 상승하게 된다.
다만 금리가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채권은 가치가 내려가고 RBC비율은 하락하게 된다.
시장에선 지난해 보유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한 DGB생명, 농협생명을 비롯해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이 금리 상승 시기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혜현 KB증권 연구원은 "유가증권 계정 재분류는 3년마다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에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한 보험사일수록 지급여력의 금리 민감도를 단기간 내 제고하기 어렵고 금리상승에 따른 RBC비율 하락폭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DGB생명은 4조원 수준의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하는 조치를 취했다. 자산 재분류 작업을 통해 DGB생명의 RBC비율은 3개월 만에 137.71%p나 상승했다.
NH농협생명은 지난해 말 같은 방식으로 30조원 이상의 채권재분류를 시행했다. NH농협생명의 경우 지난해 3분기에 채권재분류를 단행한 이후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익이 직전분기 3665억원에서 2조9871억원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3분기에 보험사의 RBC비율은 283.9%로 직전분기 보다 7.5%p 개선됐지만 4분기에 금리가 제법 상승했기 때문에 올해 들어 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한 RBC비율이 나빠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올해 보험사가 자본적정성 관리를 위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메리츠화재, KB손보, 미래에셋생명 등 많은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반면 자본확충이 시급한 중소형 보험사 위주로 채권 자산을 회계상 재분류하는 보험사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월 현대해상의 경우 금리 상승기를 대비해 2조원 규모의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마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23년 IFRS17과 킥스가 시행될 예정이라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이 절실한데 자본 수혈이 쉽지 않은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며 "금리 변동에 따른 자본 변동성 완화를 위해 채권 재분류 작업에 나서는 보험사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