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림지주 익산 본사 신사옥.ⓒ하림지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저비용 항공사(LCC)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를 표명했다. 쌍방울그룹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10여 곳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결국 승패를 결정하는 최대 요인은 '자금력'이다. 인수의향 주체인 하림그룹 자회사 '팬오션'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팬오션 연매출 2조5000억…그룹자금 7000억~8000억 확보

팬오션은 1966년 범양 전용선 주식회사로 설립된 글로벌 해운선사로 지난 2015년 6월 하림그룹이 1조79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하림지주가 지분 54.7%를 보유하고 있으며 김홍국 회장이 안중호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직을 맡고 있다.

사업 부문은 해운업과 곡물 사업으로 이뤄졌다.

전체 매출의 61%를 차지하는 벌크화물 운송사업은 팬오션의 주력사업으로 정기선, 부정기선과 대형선으로 분류해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50년 넘는 벌크화물 운송사업 경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며 2014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29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 중이다.

곡물사업은 하림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전담조직을 설립하며 시작했다. 전체 매출의 15% 가량을 올리고 있으며 해외 생산업자로부터 곡물을 구매해 전세계 수입업자에게 판매·유통하고 있다. 이 밖에 컨테이너 10%, 선박관리, 임대사업 등 8% 등의 매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연결매출은 2조4971억원, 영업이익은 225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6% 증가한 679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금자산은 2238억원을 보유중이다.

보유자산 규모로 봤을 때 팬오션의 자금 여력이 이스타항공의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던 가격은 545억원이었다.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 문제를 해결하는데 1000억원 가량을 더 투입해야 하지만 이 역시 팬오션의 자금력으로 큰 무리는 아니다.

다만 하림그룹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목적이 '물류'라면 이후 대형항공기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이 뒤따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미 김홍국 회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하림그룹 자체적으로 7000억~8000억원의 실탄이 확보돼 있다"며 자금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 같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림그룹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성공할 시 대형항공기를 리스해 항공 물류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홍근 회장이 팬오션을 통한 해상운송과 서울 양재동에 추진 중인 첨단 물류단지에 이어 항공물류까지 더해지는 '육해공' 물류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

◆항공업계 "항공물류 신규사업자 수익내기 쉽지 않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확산으로 항공 화물운송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현재 상황도 하림그룹이 항공물류 시장을 탐내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운항이 1년 넘게 중단된 상황에서도 항공화물을 앞세워 위기를 극복 중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직후 화물사업을 강화한 덕분에 올해 1분기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영업 흑자를 달성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016억원으로 전년(1089억)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아시아나도 작년부터 화물사업에 집중하며 적자폭을 크게 줄이고 있으며 최근 저비용항공사(LCC)들도 화물사업에 진출한 상황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부터 화물 노선을 3개 운영 중이며 진에어는 작년 10월 LCC 최초로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기로 운영하고 있다. 티웨이항공도 여객기를 활용해 화물을 운송 중이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하림그룹의 항공물류 쪽 진출에 대해 우려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LCC 항공사들이 화물시장에 뛰어든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여객이 전무한 특수상황 때문"이라며 "기존 LCC 항공사의 경우 화물보다는 여객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물류 업계는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수십대의 화물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쟁에서 밀린다"며 "신규 사업자로 뛰어들어서 수익을 내기에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하림그룹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해서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으나 만약 물류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