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뱅크가 수요예측 돌풍에 비해서는 일반 공모 청약에서 신기록을 세우지는 못했다. 중복청약 금지와 시장 일각의 고평가 지적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다소 위축된 영향이다.
증시까지 횡보하면서 최근 기업공개(IPO) 에서 '따상'(공모가 2배+상한가)을 보기 힘들어진 만큼 카카오뱅크도 상장 이후 주가 급등은 어려울 수 있다.
28일 카카오뱅크 상장 주관사 KB증권에 따르면 전날 청약 마감 결과 증권사 4곳에 들어온 청약 증거금은 총 57조789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중복 청약이 가능했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80조9000억원)나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카카오뱅크 최종 통합 경쟁률은 181.1대 1로 집계됐다. 역시 SKIET 청약 최종 경쟁률 288.17대 1을 넘어서진 못했다.
증권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이 203.1대 1로 가장 높았다. 이어 현대차증권 174.3대 1, KB증권 167.9대 1, 하나금융투자 167.3대 1 순이었다.
공모 청약 첫날인 전날 증권사 네 곳에 모인 청약 증거금은 총 12조522억원으로 집계됐다. 청약 1일차 기준 통합 증거금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22조2000억원)와 SK 바이오사이언스(14조1000억원) 수준에는 못 미쳤다. 첫날 통합 청약 경쟁률은 37.8대 1을 기록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국내외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 밴드 최상단인 3만9000원으로 확정했다. 국내 IPO 사상 최대 규모인 2585조원의 주문이 접수돼 시장 기대를 모았다. 경쟁률은 1733대 1로 이는 유가증권시장 내 SKIET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경쟁률이다.
카카오뱅크는 중복청약이 금지되면서 한 곳에서만 청약을 할 수 있어 눈치 싸움이 치열했다. 공모 청약 둘째 날 자금이 많이 몰리는 만큼 청약 첫날 증거금은 많지 않았다. 청약 마감 직전까지 각 주관사와 인수단의 경쟁률을 감안하고 청약을 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통상 청약 마감 1시간 전에 몰리는 경우가 많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전부터 고평가 논란이 있었다. 공모가 기준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18조5289억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지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은행주 중 3위다.
카카오뱅크는 비교 기업으로 미국 소매여신 플랫폼 기업, 브라질 결제서비스 기업, 러시아 디지털 은행, 스웨덴 디지털금융 플랫폼 등 4곳을 제시했다. 시중은행은 포함시키지 않아 적정 가치에 대해 말이 많았다. 특히 장외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주당 가격은 8만원대를 기록해 시총은 34조원에 이른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적정 기업가치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며 "은행이냐 플랫폼이냐는 소모적인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국내 상장은행 대비 약 10배 수준의 멀티플 부여는 분명 불편하게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은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적정 기업가치를 공모가보다 낮은 15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상장도 전인 청약 첫날 매도 리포트가 나오기도 했다.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는 흔치 않다. BNK투자증권이 26일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는 카카오뱅크에 대해 공모가가 과도하게 높게 산정됐다면서투자의견은 '매도', 목표주가는 2만4000원을 제시했다. 이는 공모가 3만9000원 대비 38% 가량 낮은 수준이다.
앞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 역시 공모 청약 신기록을 세웠지만 따상에는 실패했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을 활용해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의 시가총액은 기대감을 상회해 선반영됐다"며 "카뱅의 장외시장 일 평균 체결건수 및 수량은 26건 및 776주에 불과해 신뢰할 수 없으며 장외가 34조 원은 어이없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높은 프리미엄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비이자이익 확대가 필수이지만 국내 여건 감안 시 쉽지 않을 현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