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최고경영자(CEO)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룹 내 인재가 없다며 사장단에 따끔한 호통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 핵심축인 유통사업부문의 행보가 경쟁사에 비해 뒤처지면서 핵심 인재가 부재하다고 판단하고 현재의 인사 시스템을 꼬집은 것이다.
29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1일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을 마치고 이뤄진 사장단과의 만찬 자리에서 그룹 내 핵심 인재 확보가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일 신 회장은 VCM에서 핵심 인재를 확보하고 공정한 인사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VCM에는 신 회장, 송용덕·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식품·유통·화학·호텔 4개 부문 BU(Business Unit)장, 각 사 대표이사 및 임원 130여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이 어느 때보다 핵심 인재 확보를 강조한 데는 유통부문의 실적과 그룹 안팎의 평가가 부진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는 백화점 업계 1위지만 점포 기준으로 보면 매출 1위는 현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이 30년 넘게 1위 자리를 수성해 오다가 지난 2017년 처음 2위로 밀린 뒤 회복을 못하고 있다.
롯데가 지난해 4월 야심차게 출범한 '롯데온'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며 시장에서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출범 첫날부터 시스템 불통으로 정상 가동이 안된데다 계열사 간 통합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같은 사업 부진이 이어지자 지난 2월 조영제 전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대표)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사업 부진에 따른 경질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롯데쇼핑의 실적이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2019년 수준의 실적으로 돌아가긴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시기 백화점 실적을 견인 중인 대표 상품군은 해외명품이며 특히 서울 주요 상권의 실적 기여도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롯데백화점은 지방 점포 비중이 경쟁사보다 높은 편이어서 해당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e커머스의 경우 전년 2분기 롯데온 통합 이후 백화점, 마트, 슈퍼 등 각 사업부별 온라인 사업이 안정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되며 컬처웍스는 코로나19 4차 확산으로 당분간 실적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통부문의 수장들이 대부분 백화점 출신이라는 점도 제대로 된 경영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생각하는 정통의 유통은 소싱부터 기획, MD 등을 모두 아우르는 마트나 편의점"이라면서 "백화점은 임대사업에 불과하다고 보시는 면이 강해 그룹 내 백화점 출신 CEO가 많은 점이 인사 실패라고 생각하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