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남희 머지포인트 대표의 해명문. "전금업 등록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했다.ⓒ머지포인트

무제한 20% 할인 혜택을 내걸어 선풍적 인기를 모으던 머지포인트가 돌연 포인트 판매 중단 및 결제처 축소를 선언하자 '먹튀 논란'이 급속히 가중되고 있다.

머지포인트는 자사 서비스가 전자금융업이 아니라 상품권 발행업이라는 입장을 취해왔으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전달을 받고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선불전자지급 수단 발행 및 관리업을 영위하려면 금융감독원에 전자금융업 등록을 해야 하는데, 미등록 영업 시 위법성이 성립할 수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머지포인트는 공지를 통해 "서비스가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관련 당국 가이드를 수용해 11일부터 적법한 서비스형태는 '음식점업' 분류만 일원화해 당분간 축소 운영된다"고 밝혔다.

자사 서비스가 선불전자지급 수단인 것을 지금에서야 인지했다는 취지의 해명이다. 위법성을 지적받자 '고의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 이와 달리, 머지포인트는 자사 서비스가 선불전자지급 수단에 기반한다는 걸 예전부터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본지는 확인했다.

머지포인트가 2017년 9월 1일부터 시행한 '전자금융거래 이용약관'은 "머지포인트 앱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전자지급결제대행서비스, 결제대금예치서비스 및 선불전자지급수단(포인트)의 발행 및 관리 서비스를 이용자가 이용할 때 회사와 이용자 간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규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금법에 미등록영업행위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있다"며 "검찰, 경찰 수사결과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며 저희도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약관은 다시 한 번 보겠다. 인지를 하고 있었는지"라며 "궁극적으로는 저희가 고발하든 피해자가 고발하든 수사당국에서 처벌하는데 참고가 될 거 같다"고 했다.

또 이 회사는 정보기술부문 및 전자금융업무에 관해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기준을 지킨다고도 약관에 명시했다. 그러나 정작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지도 않고도 이런 약관을 운영했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머지포인트의 석연찮은 점은 또 하나 있다.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로 최대 1200억원의 부가수입을 기대한다고 공지했었다. 현재 이 부분은 머지포인트 홈페이지 공지에 삭제돼 있으나, PLCC가 본격적인 수익사업이 된다는 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안심감을 주려는 의도가 명백히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실제 KB국민카드는 머지포인트와 함께 정기 구독 관련 혜택을 담은 PLCC를 연내 출시한다는 목표로 지난 6월 업무제휴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번 논란이 터진 후 KB국민카드측은 머지포인트 PLCC를 잠정 보류했다.

PLCC란 카드사가 결제망 운영과 여신 관리 등 카드 업무를 전담하고 제휴기업과 비용, 수익을 공유하는 형태의 신용카드다. 수익을 머지포인트가 다 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 없다. 현재 카드결제로 가맹점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 수수료율은 2.3%다. 예컨대 머지포인트가 1% 수수료를 가져간다면 10조원 결제가 발생해야 1000억원 수입이 나온다.

올 1분기 삼성카드의 신용판매액이 26조6034억원인데 머지포인트 PLCC만으로 이 같은 대규모 결제액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그 이전에 머지포인트의 '부가수입' 개념이 모호하다. 이 회사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BM)이 파악된 바 없다. 누적 순손실 예상액은 200억원에 달한다.

현재 머지포인트는 "PLCC 발행을 서둘러 실물카드를 직접 발송해 드리겠다"며 "머지 PLCC카드로 상품권망이 아닌 전국 카드결제망을 통해 모든 식음료 매장에서 확장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카드결제망은 카드사의 것이다. 머지포인트가 제휴한 가맹점에서만 20% 할인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결제처가 넓어지는 것뿐이지, 파격 할인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면 굳이 머지포인트 PLCC를 이용할 이유도 없게 된다. 1200억 수입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들의 계산법이 뭔지 잘 모르겠다"며 "카드사들도 신용판매로 못 벌고 대출로 버는데 상품권 내서 1000억을 번다면 당장 한 달에 10개 내서 1조원 벌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실물을 가지고 결제하면 편의성, 커버리지가 높아지면 파생되는 유발수익들을 '자기들이' 계산한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 같이 불투명한 운영으로 소비자들은 예치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뱅크런과 같이 '머지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관련 처벌조항이 공백상태인 점이 이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금감원은 실태조사 권한이 없다며 소비자들에게 뚜렷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전자금융업자들의 선불충전금은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으로만 관리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선불충전금을 은행 등 외부기관에 신탁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하도록 규정하지만, 행정지도 수준이기 때문에 금감원의 이행 요청도 구속력이 없다. 선불충전금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국회에 잠들어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희가 실태조사 권한이 없다. 전금법에 의해 등록된 업체였다면 문제는 안 생겼을 것"이라며 "선불충전금 등 이용자보호조치를 담은 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어서 저흰 행정지도 가이드라인을 시행했고, 전금업자였다면 이런 문제 생기기 전에 관리할 수 있었겠지만 (머지포인트는) 전금업자가 아닌 제도권 밖의 업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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