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기자간담회에 나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흑자전환에 성공한 HMM에 대해 내후년 다시 적자전환을 걱정할 정도로 취약한 기업인 만큼 현재의 수익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정상화 기반 마련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 반대 목소리에 대해서는 "책임 지겠다고 하면 금융지원 끊고 독자생존 나서도록 정부를 설득하겠다"고 강하게 비판한 이동걸 회장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건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다른 경쟁당국 눈치만 보고 있다며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흑자로 돌아선 HMM에 대해 시황이 안정화되는 2년 후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정상화됐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이동걸 회장은 "직원들의 노력도 있었으나 HMM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신조 등 대규모 정책적 지원과 코로나 시황 개선에 따라 흑자기조로 돌아섰으나 지난 10년간 누적 적자가 4조6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굉장히 취약한 기업"이라며 "시황이 정상화되기 시작하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이익이 줄어들고 내후년에는 이익이 거의 없거나 적자로 돌아설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HMM이 지난 노사협상 과정에서 보인 모습은 어려움이 끝나고 이제 잔치만 남았다는 분위기도 있으나 안이하게 생각할 시기는 아니고 현재 시황에서 얻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정상화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중장기적으로 HMM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MM 노사가 이번 임금협상에서 태스크포스를 통해 '성과급 제도 및 3년간의 임금조정 방안' 협의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향후 국내 기업들의 노사문화가 대결구도에서 벗어나 상생의 모습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지분에 대해서는 원활한 M&A 여건 조성을 위해 단계적 매각이 필요하나 정부의 정책적 고려와 시장여건을 감안해 유관기관과 협의해야 하는 만큼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이며 영구채도 정부와 협의해 HMM의 정상화를 기반으로 매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승인 여부에 대해서는 유럽 경쟁당국이 면밀히 심사하는 만큼 불승인 가능성에 대한 언급보다 심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은행은 전세계 1~2위를 다투는 양대 조선사의 기업결합승인 심사에서 컨테이너선에 대한 심사가 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LNG선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와 관련한 부분이 이슈화되고 있다.

양대 조선사의 합병 추진과 관련해 이동걸 회장은 대우조선 노조와 지역사회가 유럽 경쟁당국에까지 찾아가 기업결합 취소를 압박하는 행태에 대해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을 책임질 자신이 있다면 주겠다"며 강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이동걸 회장은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이번 거래 성사가 꼭 필요한데 대우조선 노조와 지역사회는 격렬하게 기업결합을 반대하고 있다"며 "금융지원 없이 대우조선이 독자생존할 자신 있다면 모든 금융지원을 끊고 홀로서기에 나서도록 정부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파업 쟁의와 산업은행 앞에서의 의사표시 과정을 지켜봐왔는데 대우조선 국유화와 임직원의 공무원화를 원하는 것인가"라며 "자율에는 책임이 수반되는데 노조와 지역사회의 책임 없는 권리 주장을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는지, 기업결합이 승인되지 않았을 경우 책임은 누가 지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기업결합승인과 관련해 이동걸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각국 경쟁당국 눈치만 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 외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승인도 추진 중인데 글로벌 기업들과 사활을 건 경쟁에 나서고 있는 국내 항공산업을 지키기 위해 공정위가 다른 경쟁당국을 설득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이동걸 회장의 주장이다.

이동걸 회장은 "아마존,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해 EU 경쟁당국이 규제를 하려고 하면 미국 경쟁당국이 보호에 나서는데 우리는 너무 기다리고 앉아서 다른 경쟁당국이 하는 것 보고 하자는 분위기 같아 심히 섭섭하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사 결합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생존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하고 필수적인 조치"라며 "시장과 산업적 관점에서 공정위가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으로 공개적으로 읍소한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승인 심사는 사안이 중요하고 범위가 방대해 심사에 다소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으나 한두개씩 승인이 떨어지고 있으며 산업은행은 기업결합 과정에서 아시아나 및 자회사의 경영공백 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항공사 등과 연관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전산망을 차질 없이 통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만큼 산업은행은 '인수 후 통합 계획안(PMI, Post Merger Integration)'이 잘 진행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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