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수소·이차전지 소재 등 친환경 신사업에서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2050년 탄소중립과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위해 국내외 기업들과 손잡고 사업협력과 제휴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 6~8일 세계 최초로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HyIS: Hydrogen Iron & Steel making Forum 2021)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 세계 철강사들이 모여 구체적인방안을 논의해보자는 포스코의 제안이 공감을 얻음에 따라 성사됐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글로벌 철강업체들이 탄소중립을 천명했다. 많은 철강기업들이수소를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수소 활용 기술은 제강 기술과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적이고 주요한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환원제철은 기존 고로(용광로)를 대체하는 신기술이다. 쇳물을 뽑을 때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철을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을 상용화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 회장은 전 세계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기업 간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그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며 "그 어느 국가도, 그 어느 기업도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철강사들이 자체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하지만, 서로의 경험을 공유해 협력 기회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글로벌 철강업체들뿐만 아니라 최 회장은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국내 대기업들과도 하나둘씩 손을 잡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8일 공식 출범한 한국판 수소위원회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서 현대차그룹, SK그룹과 공동의장사를 맡아 국내 수소경제 생태계 구축·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
포스코는 현대차그룹과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 그린수소 생산·이용 관련 기술 개발 등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SK그룹과는 조만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재계에서 나온다. 최정우 회장은 SK그룹과 수소 사업 합작사 등 협력 방안에 대해 묻자 "(수소위원회 출범) 행사가 끝나면 많은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포스코는 GS그룹과 수소 사업과 2차전지 재활용 등 신사업 동맹을 맺었다. 수소 분야에서 해외 프로젝트 공동 참여나 신규 수요처 발굴 등 블루·그린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에 이르기까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이차전지를 재활용해 포스코가 리튬과 니켈 등 이차전지 소재를 추출할 계획이다.
또한 포스코는 최근 국내 최대 시멘트업체 쌍용C&E와도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손을 잡았다. 포스코가 철을 생산할 때 나오는 수재슬래그를 활용해 친환경 시멘트를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시멘트를 만들 때 수재슬래그 등 제철부산물을 첨가하면 그만큼 석회석 사용량이 줄어들어 원가도 줄이고 탄소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포스코가 국경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친환경 사업 협력 확대에 나선 것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최정우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포스코의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본업인 철강 산업이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한 경쟁 심화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돌파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최 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발굴한 것이 수소와 이차전지소재 사업이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수소 500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수소 사업 매출액을 3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차전지소재 사업은 2030년까지 양극재 40만톤·음극재 26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 매출액 연 23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전망되면서 친환경 신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포스코의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1.6% 증가한 18조8037억원, 영업이익은 289.4% 급증한 2조595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결국 포스코의 친환경 신사업이 궤도에 오르려면 그것을 받쳐주기 위한 철강 사업이 잘돼야 한다"며 "철강 사업이 꾸준히 이익을 내줘야 신사업에서 투자도 하고 여러가지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